'행복도시' 볼로냐의 맛, 향기, 공동체를 만나다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2021. 6. 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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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생면 탈리아텔레로 만든 진짜 볼로네제, 메디치미디어 제공
토마토와 다진 고기, 채소로 만든 라구 소스를 얹은 파스타 '볼로네제'의 본고장 이탈리아 볼로냐.

로마나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 등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이탈리아 북부의 볼로냐는 미식의 도시이면서도 유럽 최초의 대학을 품은 현자의 도시기도 하다.

20년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쉰살에 갑자기 요리 유학을 떠났다가 볼로냐에 매료된 저자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는 신간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메디치미디어)를 통해 '왜 볼로냐에선 유럽의 다른 도시와도 다른 에너지가 느껴지는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저자는 2019년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 졸업 후 한달간 볼로냐에 머물면서 그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풍성한 음식의 맛에, 사람들의 친절함과 도시의 개방성에 매력을 느꼈던 저자는 맛의 기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인문주의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전한다.

1장 맛과 2장 향기를 통해선 미식의 수도라는 별명을 얻게 한 햄과 토마토, 치즈, 와인, 커피 등 볼로냐의 음식들을 상세히 전한다.

볼로냐를 비롯해 많은 에밀리아로마냐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손으로 생면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소스인 볼로네제 라구 소스는 기계로 뽑은 스파게티에 얹어먹어서는 안 된다며 열을 올린다. 나는 볼로냐 사람들의 이 고집스러운 '면부심'이 재미있다.
-51쪽, 1장 맛 파스타의 맛 중에서

살루미는 사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피자나 파스타보다 한 수 위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그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 음식으로, …살루미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 음식의 대표 주자다.
-84쪽, 1장 맛 돼지의 맛 중에서

우유 대신 커피에 다크 초콜릿을 녹여서 올려주고 그 위에 초콜릿을 갈아올린 '마로키노', 메디치미디어 제공

재미있는 점은 이 카페의 커피 메뉴가 100가지가 넘는다는 것이다.…그런데 어느 비오는 날 노부부가 와서 '마로키노'라는 커피를 시켰다. 이 커피는 우유 대신 커피에 다크 초콜릿을 녹여서 올려주고 그 위에 초콜릿을 갈아준다. 우유가 들어가는 일반적 초콜릿라테와는 다른 레시피였다. 바리스타의 정성과 다크 초콜릿의 묵직함이 인상적인 커피였다.
-211쪽 2장 향기 커피의 향기 중에서

3장 빛깔에서는 붉은 도시라는 별명을 얻게 한 도시를 뒤덮은 긴 회랑, '현자의 도시'로 알려지게 된 근대 법과 의학의 성과 등을 살펴 가면서 인문학 기행으로 이끈다.

볼로냐는 근대 학문과 협동조합을 탄생시킨 도시이기도 하다. 불후의 명저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쓴 이탈리아 시인 단테는 볼로냐 대학을 졸업했다. 특히 볼로냐 대학은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학위를 줬고 대학교수로 임명했다. 이미 13세기에 여성 박사와 교수를 배출했다.

옛 볼로냐 대학 본관이었던 아르키진나시오의 회랑, 메디치미디어 제공

볼로냐 대학이 '모든 대학의 모교'라고 불리는 까닭은 학생과 교수의 자발적인 공동체였다는 독특함 덕분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운영 방식은 지금의 관점으로 봐도 흥미롭다. 일단 학생이 방을 구하고 돈을 각출해 명망 있는 학자를 불러와서, 수업료를 지불하며 강의를 듣는 방식이었다.
-270~271쪽 3장 빛깔 현자의 도시 중에서

볼로냐의 지성사뿐 아니라 페미니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은 베티시아 고차디니다. 1236년 볼로냐 법대를 졸업한 그녀는 처음에는 집에서 강의를 했다. 당시에는 여자가 학교에서 강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여자 강사의 경우 자신의 집이나 살롱에서 강의를 했다. 그러나 강의가 너무 훌륭해 결국 볼로냐 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안받았다.
-301~302쪽 3장 빛깔 미녀의 도시 중에서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의 신간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저자는 볼로냐에 있을 때는 정작 볼로냐 사람들이 왜 늘 웃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 돌아와 비로소 볼로냐 사람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 실마리는 역시 '음식'였다.

그는 "볼로냐 음식도 좋았지만 도시 전체의 공동체 정서가 인상깊었다. 그로 인해 협동조합과 대학도 발달한 멋진 도시로, 꼭 한 번 가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요리와 와인을 즐기는 저자는 일주일에 2~3일만 저녁에 문을 여는 서퍼(supper) 클럽이나 이탈리아 와인만을 소개하는 와인 클레스를 여는 것도 고민 중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60여장의 볼로냐 사진과 자료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탈리아의 맛과 향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볼로냐 여행을 떠난 듯 하다.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 유학 시절인 저자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강의실 옆과 지하에는 ICIF가 고른 와인을 모아둔 와인 창고가 있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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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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