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연일 무력시위 中 억지하려는 美의 '고슴도치 전략' 주목

김정률 기자 2021. 6.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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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B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9일 동중국해 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해군 원정타격단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1)에서 이륙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에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4만500t급 강습상륙함인 와스프함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해군 트위터) 2018.3.12/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만이 동북아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등을 우려해 대만 자체의 역량을 키우는 이른바 '고슴도치(porcupine) 전략'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취임 이후 강력한 대중 압박 속 대만은 미국과 무기 계약 체결하는 한편, 대만 차이잉원 총통 등 민주진보당에서는 대만 독립을 꾸준하게 주장하는 등 양안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이후 대만 통일에 대한 열망을 끊임없이 표현해 왔으며 국방력에선 대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대만의 국방비는 연간 150억 달러로 지난해 비해 10% 늘렸지만 중국의 국방비는 이보다 15배 가량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에 따르면 미국 내부에서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포함해 국방, 국제적 존재감 등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사용한다는 계획이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은 대만이 중국이 대응하도록 요구하는 어떤 도발적 조치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조나단 프리츠 미 국무부 중국, 몽골 대만 담당 차관보는 최근 의회에서 "우리는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조처를 하고 있다"며 중국의 침공할 때 잠재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게 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언급했다고 SCMP는 전했다.

대만이 국방비 증액, 이동식 해양 순항미사일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자체 무장 역량을 갖추되 중국에 도발에 대응하지 않도록 하고, 중국이 우선적인 공격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이런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도 제기됐다. 대만은 이미 수십 년간 중국군의 상륙에 대비해 방어 시설을 구축했다. 대만 해협은 거칠기로 유명한 만큼 값비싸고 취약한 전투기보다는 중국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고 중국 미사일에 피해를 입기 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는 이동식 미사일 등 무기 배치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해 9월 타이베이 총통궁에서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복지 장관과 함께 방문한 미국 관리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또 미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대만의 참여를 막고 다른 외교 동맹을 빼내려는 시도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는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형사경찰 기구 등에 참여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행동은 1979년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따른 셈이다.

이 법에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대만 고위 인사 방미 허용, 대만의 인터폴, 세계보건총회 등 옵서버 자격 참가 지지 등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 법은 미국 대통령은 대만 주민의 안보,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한 어떠한 위협, 그리고 이로부터 야기되는 미국의 이익에 대한 어떠한 위험도 신속히 의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여전히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의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태만은 막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공군이 대만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의 행동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의 명확성 결여를 비판하고 있다.

외교전문가인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지난해 9월 발간한 에세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면 미국이 즉각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아스펜연구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미국의 중국 정책, 민주당, 공화당에서 초당적으로 합의한 것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현 상태에 대한 일방적인 변화를 반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SCMP는 미국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은 중국과 포괄적 전략적 대화에는 관심이 없지만 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는 오해를 피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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