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성사되길" 文대통령 바람, 드디어 이뤄질까

조소영 기자 2021. 6.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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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美·오스트리아 방문서 '교황 방북' 언급
유흥식 대주교 중간다리로..靑 "희망 있게 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10.19/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국빈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하일리겐크로이츠(성십자) 수도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과의 대화에서 '교황의 방북'을 주제로 꺼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한 바 있다.

교황도 이에 긍정의 뜻을 표했으나 방북은 2021년인 아직까지도 성사되지 못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교황이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했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언급은 거론의 주기가 짧아지고 반복적이 돼 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했을 때에도 '교황의 방북'을 언급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워싱턴 D.C 대주교를 만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교황께서 2018년 당시) 여건이 된다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북 성사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적대적 긴장 상황 및 전쟁 위협을 없애고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목적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후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2019년) 가장 안타깝거나 아쉬웠던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북미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특히 하노이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것이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 속 교황의 방북 성사 여부는 차츰 청신호를 띠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11일 한국 천주교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천주교 대전교구장)를 중간다리로, 교황의 방북을 가늠해보는 기류다.

유 대주교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 교황님과 북한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당시 교황께서도 북한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고 남북 평화 차원에서, 장관으로서 이런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사진)를 임명했다. 한국인이 교황청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뉴스1 DB) 2021.6.11/뉴스1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복수의 언론에 출연해 이와 관련 "유 대주교가 이미 북한을 4번 방문한 경력이 있고 교황의 신임을 받고 있어 (양측의) 중간다리 역할로 굉장히 희망 있게 바라보고 있다"며 "(교황 방북 시) 북미 대화, 남북 관계 개선 등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방문 때 "북한이 동의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도 공급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교황 방북 건과 맞닿은 점이 있다. 교황이 현재 가난한 나라들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발표 당시 "한국이 (백신의) 글로벌 생산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도 교황의 방문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및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국가 형편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교황 방북 시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은 북한을 향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즉각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기했다.

한편에서는 북한에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없는데다 교황이 오히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부각시킬 우려 등으로 방북이 끝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대중 정부도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 당시 교황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수락까지 얻어냈으나 결과적으로 방북은 유야무야됐다. 북한은 당시에도 구두로만 교황을 초청하고 공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박 수석은 "코로나19 극복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는 올여름쯤 된다면 교황의 방북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겠나"라면서도 이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 및 대북 반응과도 연관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종합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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