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스템 앞에 무너진 노동자들의 사투..국립극단 '스웨트'

양은하 기자 2021. 6.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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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열심히 일했는데."

1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전막 시연으로 선보인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에서 이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이곳에는 공장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보금자리 같은 술집이 있다.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려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려 하고 이에 맞서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사이 중단된 생산 라인에는 라틴계 노동자들이 들어가 자리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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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인종 차별 다룬 2017년 퓰리처 수상작
연출 "노동 상실, 경제 넘어 사회문화적 활동 파괴"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국립극단)©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열심히 일했는데."

1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전막 시연으로 선보인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에서 이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분명 수십 년 자리를 지키며 죽어라 일을 했는데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밀려나기만 하는 노동자들. 무엇이 문제인지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해고의 여파는 생존을 넘어 인간의 존엄까지 위협하고 든다. '스웨트'는 이를 바(BAR)라는 한 공간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극의 배경은 2000년대 초반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 산업 도시 레딩. 이곳에는 공장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보금자리 같은 술집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같은 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한 신시아와 트레이시도 이곳의 단골이다. 하지만 신시아가 관리직으로 승진하면서 우정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려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려 하고 이에 맞서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사이 중단된 생산 라인에는 라틴계 노동자들이 들어가 자리를 차지한다. 한때 화기애애했던 바는 이제 해고와 직장폐쇄로 인한 모멸과 굴욕에 점철된 노동자들의 분노로 가득 찬 싸움터가 되고 만다.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7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인간이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이 된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를 묻는다. 안경모 연출은 "노동을 상실한다는 것은 경제 활동을 중단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사회문화적 활동 자체가 파괴되는 것이고 결국 문화적인 공황 상태까지 이어진다는 부분에 주목했다"라고 말했다.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국립극단)© 뉴스1

인종차별 문제는 극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주제다. 별다른 문제 없어 보이던 인종의 차이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면서 함께 불거진다. 평소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라틴계 바 종업원 오스카는 단지 시급을 더 주는 공장에 취업했을 뿐인데 '굴러온 돌이'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비난을 받고, 20년지기 친구 사이도 직장 내 지위가 달라지자 인종이 뒷말의 소재가 된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이 트레이시다. 대를 이어온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만큼 그것을 빼앗겼을 때 그는 누구보다 더 격하게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 분노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흑인과 라틴계에 대한 무시와 시기심, 백인 우월주의로 나타나는데 이는 '혐오'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안 연출은 "한국 사회만큼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강한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은 인종 갈등 문제가 우리에게도 시한폭탄처럼 첨예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비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175분에 달하는 공연 시간과 무거운 주제의 극을 배우 박상원(바텐더 역)과 강명주(트레이시 역), 송인성(신시아 역)이 중심을 잡고 이끌어간다.

장면전환 때마다 무대 위 화면에 뉴스를 띄워 레딩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와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관객이 인종에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인종을 나타내는 별도 분장을 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공연은 7월18일까지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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