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화장품 춘추전국시대

유한빛 기자 2021. 6.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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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패션 쇼핑 앱, 화장품 브랜드 모시기
자라·H&M그룹, 자체 화장품 출시
독자 브랜드에 M&A까지 적극적인 신세계

국내외 패션 유통기업들이 화장품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면서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 해외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의류 판매로 성장한 쇼핑 앱들은 최근 화장품 유통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에이블리와 브랜디는 최근 국내외 주요 화장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화장품 카테고리를 신설해, 쇼핑 영역을 넓히고 있다. 1세대 의류 쇼핑 플랫폼인 스타일난다 등이 브랜드 충성도에 힘입어 화장품 사업으로 진출한 것과 비슷하지만, 직진출 대신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유통 창구를 맡으면서 위험부담을 줄였다.

다양한 색조 화장품 제품 이미지. /앤아더스토리즈 제공

최근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파리는 샴푸 등 모발관리 신제품을 한국에 출시하면서 패션 쇼핑 앱 에이블리와 손을 잡았다. 에이블리의 앱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샴푸와 트리트먼트, 헤어팩 등 ‘드림랭스’ 제품군을 단독으로 선출시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이번 선출시는 로레알파리 쪽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해 이뤄졌다”면서 “패션 쇼핑 앱을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에게 브랜드와 상품을 먼저 노출하고 반응을 살펴보는 테스트베드(시험대)로 보고 화장품 브랜드들이 함께 행사 등을 진행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신사가 독주하는 10~30대 남성복 쇼핑 앱과 달리,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쇼핑 앱은 2015년 문을 연 지그재그와 브랜디(2016년), 에이블리(2018년)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의류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의류와 접점이 많은 화장품을 추천해줘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브랜드 인기를 화장품에 접목하는 글로벌 SPA

글로벌 SPA(기획·제조·유통 일괄 의류 브랜드)도 화장품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의류 판매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화장품과 인테리어 소품 같은 패션 분야의 다른 영역까지 발을 뻗는 것이다.

스페인 패션브랜드 자라가 출시한 '뷰티 컬렉션' 립스틱 제품. /자라리테일코리아 제공

스페인 인디텍스의 패션 브랜드 자라는 영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화장 전문가) 다이엔 켄달(Kendal)과 손잡고 자체 화장품을 개발했다. 립스틱·아이섀도우·피부 표현·매니큐어·화장소품 등으로 구성된 자체 화장품 제품군을 최근 선보였다.

모든 상품을 리필형으로 제작했고, 다양한 연령대와 피부색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130가지가 넘는 색상으로 출시했다. 앞서 지난해 자라가 영국 향수 브랜드 조 말론과 손잡고 출시한 향수 제품은 국내에서 ‘자 말론’으로 불리며 품절 대란을 빚기도 했다.

자라리테일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성장이 더뎌진 의류업계가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 브랜드로 전환하는 추세인데, 패션사업에서 가장 확장하기 쉬운 분야가 화장품”이라면서 “코로나 사태로 색조 화장품 판매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자라의 화장품·향수 제품은 판매 상위 순위에 들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H&M그룹도 고가 의류브랜드인 앤아더스토리즈의 사업 영역을 화장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매니큐어 같은 피부에 닿지 않는 화장품 종류로 시작해, 최근에는 하이라이터(이마, 코, 쇄골 등 돌출된 부위에 발라 입체감을 주는 화장품) 같은 본격적인 색조 화장품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체 향수인 ‘데자뷔 무드'를 같은 향을 담은 바디로션, 핸드크림, 비누 등과 함께 출시했다.

◇ 화장품 사업 광폭 투자하는 신세계…M&A에도 적극적

국내 패션 유통 대기업 중에서는 신세계(004170)그룹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의 매장 전경.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지난 2012년 색조 브랜드인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지난 2018년 자체 브랜드 ‘연작’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로이비’를 내놨다.

올해 3월에는 고급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뽀아레’를 출시했다. 지난 2015년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폴 뽀아레(Paul Poiret)의 상표권을 인수한지 6년 만이다. 에르메스 화장품과 고급 향수 브랜드인 산타마리아노벨라, 바이레도, 메모, 딥티크 등의 국내 판권도 갖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해외 화장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 하에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고급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했고, 최신작인 뽀아레 역시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로레알그룹이나 에스티로더그룹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기업과 비교해 부족한 인지도를 유럽 디자이너의 상표권이나 브랜드를 인수해 보완하고, 생산도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진행하는 이유다. 뽀아레의 경우 첫 진출지로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정하고, 백화점 입점 등을 위해 현지 협력사를 물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톡스 생산기업인 휴젤을 인수하는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 휴젤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와 필러시장 1위 업체다.

지난해 10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보톡스 제품 ‘레티보’의 판매 허가를 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에도 진출한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강화하고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만큼, 휴젤과 시너지 효과를 낼 만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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