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마무리 없으면 다른 시작도 없어"..이수연 홀트 신임 회장
"절차 중시하고 민감성 키워야"..입양아 전수조사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16개월 영아 학대사망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홀트의 여러가지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상왕 노릇을 하는 회장이 되지도 못할 것이고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제가 회장이 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양천구 16개월 영아 정인이 학대사망 사건의 충격 속에서 이수연(58) 신임 홀트아동복지회 회장이 지난 1일 취임했다. 취임식은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로 간소하게 치렀다.
전임 회장이 16개월 영아 학대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홀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높다. 이 회장은 위축된 직원들을 독려하면서도 홀트를 개혁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이 회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인이 사건 명명백백하게 정리할 것"
이 회장은 "16개월 영아 학대사망 사건은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시스템은 개선하는 등 명명백백하게 정리할 것"이라면서 "그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다른 시작은 없다"고 운을 뗐다.
홀트는 16개월 영아 학대사망 사건의 반복을 막기 위한 재발방지책을 마련 중이다. 사건 당시 홀트의 사후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입양 후 가정에 방문해 아이를 확인하는 사후관리 횟수도 4회에서 6회로 확대했다.
이 회장은 정인이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절차를 중시하고 민감성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 조금이라도 놓치면 비극이 생길 수 있다"면서 "입양 보낸 아이들을 전수조사하는 등 모니터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이의 죽음 이후 이 회장은 홀트 내부 게시판에 경영진을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이 회장은 "리더들이 실무자의 마음으로 뛰어야 하는데 안주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들에 대한 질책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7년 홀트 위탁아 사망사건 때 홀트 노조위원장으로 당시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의료비 절감을 이유로 1.57㎏짜리 미숙아를 광주에서 서울로 보내다가 아이가 사망한 일이었다.
이 회장은 홀트 회장 공개채용에 도전한 이유로 "우리 기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면서 "지적만 하기보다 내가 중심에서 바꿔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지원했다"고 전했다.
◇36년 홀트 근무, 셋째도 입양
1985년 홀트에 입사한 이 회장은 36년간 줄곧 홀트에서 일했다. 이 회장은 "홀트에는 장기근속자가 많다"면서 "감동적인 일도, 기적 같은 일도, 굉장히 마음 아픈 일도 있는 다른 곳과는 매우 다른 직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셋째 아이와의 인연도 홀트에서 맺었다. 그는 2007년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7세 남자아이를 만났고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이 회장에게는 이미 두 자녀가 있었다.
이 회장은 "집에 데려오지 않으면 이 아이는 평생 시설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국내 입양부모들은 갓난 여자아이를 선호한다. 7세 남자아이의 입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홀트에서 입양 업무를 담당했던 이 회장에게 셋째 입양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자녀와 입양된 셋째에게는 한동안 힘든 시간이 있었다.
이 회장은 "입양 부모들은 형제관계를 가장 힘들어한다"며 "좋은 생각으로 입양했는데 친자가 입양아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파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는 자녀들이 형제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면서 "우리도 완전한 가족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하거나 대단한 일은 아니며 자녀가 더 필요해 낳지 않고 입양했을 뿐"이라고 손사레쳤다.
이 회장은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홀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홀트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기관'이라는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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