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타다에 이어 로톡까지, 기득권과 플랫폼의 불편한 전쟁

김참 사회부장 2021. 6. 1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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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 사회부장

길에 서서 택시를 잡는 행동이 어색해졌다. 택시를 잡기 위해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이 먼저다.

디지털 플랫폼. 이제 택시와 쇼핑을 넘어 배달, 여행, 숙소, 청소, 세탁 등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기존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켜고 플랫폼을 당연한 듯 사용한다. 명이 있으면 암도 있기 마련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

당연히 직군별로도 희비가 엇갈린다. IT 종사자와 투자회사 직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기 혈안이지만, 기존산업에 있던 종사자들은 플랫폼에 수수료(혹은 광고비)를 내는 종속관계가 된다. 한때 사장님이었지만 이제는 플랫폼 기업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명령을 받고, 수수료를 낸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이제 전문직 분야까지 손을 뻗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리걸테크(IT와 법률을 접목한 산업) 기업인 로톡이다. 로톡은 2014년 만들어진 젊은 기업으로 변호사에게 광고비를 받고 소비자를 연결해준다. 현재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숫자는 4000명가량이며, 진성 회원은 1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매출 규모만 보면 국내 4대 로펌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변호사라는 직군은 만만하지 않다. 당연히 로톡 플랫폼 때문에 변호사들의 수임료 하락이 우려되자,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칼을 뽑아 들었다. 현재 로톡에서는 변호사와 15분당 2만원에 상담할 수 있다. 변협은 지난달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같은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또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변협은 자체적으로 공공 변호사 정보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무리 변협이 잘 만들어도 계속해서 혁신해가는 민간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로톡과 변협 중 승리자는 누가 될까. 로톡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변협의 노력은 시대의 흐름을 늦추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변협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법률 자문 알선이 아니라 광고라는 로톡의 주장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변호사들도 모두 변협 편은 아니다. 수많은 소비자가 로톡을 이용하고, 변호사들의 광고 행위를 막으면 작은 법률사무소나 이제 막 시작한 개업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 자체가 어려워진다.

변호사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로톡이 이 정도도 예상못하고 시장에 뛰어들었을 리 없다. 물론 변협이 승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에선 없던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이었던 타다는 국회가 없던 법까지 새로 만들어서 없애버렸다.

전문직들의 영역에서 플랫폼 기업과의 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전문직 단체들이 플랫폼 기업에 저항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강남언니’ 등 미용·의료 플랫폼에 대해 의료 광고 사전 심의 대상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무 회계 플랫폼 기업인 자비스앤빌런즈는 한국세무사고시회로부터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들의 행동을 단지 기득권 지키기로만 치부할 순 없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이 소비자에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멀리 있는 맛집의 음식을 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지만 한편으론 이를 위해 치러야할 대가도 크다. 배민과 요기요가 없던 시절 짜장면 한그릇을 시켜도 배달료가 없었지만, 지금은 3000원이 꼬박꼬박 배달료로 나가게 된다. 전문직 영역에서의 플랫폼들도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 서비스에서 수수료나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게 되고, 이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IT기술이 발달할수록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명분으로 플랫폼 기업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성공하면 수조원대 IT 자본가들이 탄생한다. 그러나 이런 대전환기에 기존 산업 종사자들은 불가피하게 생업에서 내몰리게 된다. 그때마다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이윤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구조로는 이런 형태의 갈등을 피할 방법이 없다. 소비자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얻어지는 편리함을 얻고, 기업은 성장을, 노동자들은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프로토콜 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로토콜 경제는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 노하우, 성장에 따른 이익을 플랫폼 이용자와 공유하는 모델이다.

지난해 5월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인 우버가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증시 상장으로 회사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우버의 성장은 차량 운전자의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우버가 드라이버에게 연봉의 15%까지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숙박 플랫폼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집을 내주는 호스트와 성과를 나누기 위해 비의결주식 920만주를 호스트펀드에 기부하기도 했다.

우리 플랫폼 기업들은 어떨까.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인 배달의민족은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000억원에 매각됐지만, 배달기사들에게는 한푼도 떨어지지 않았다. 매년 매출 1조원씩 올리면서 배달기사 쉼터 하나 만들지 않을 정도로 박하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올 초 상장으로 단번에 7조원을 벌었지만, 2년 이상 근무한 배달원에게는 단돈 200만원씩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나 2년 이상 근무라는 조건을 충족한 배달원 비율은 18.5%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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