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료라며 예속시킨 뒤 유료화 뒤통수, 플랫폼 기업들 이대로 안 돼

조선일보 2021. 6. 1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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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3일 오후 서울역 앞 도로에서 카카오 래핑을 한 택시들이 줄 서 있는 택시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카카오 콜을 받지 않는 택시들은 승객을 기다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섰지만, 카카오 택시 중에는 줄 서서 대기하는 차량이 없었다. / 오종찬 기자

구글이 지난 2년간 50여개 대학들에 무료 제공하던 무제한 저장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처음에는 사회 공헌 사업인 것처럼 대학을 끌어들여 놓고는 내년 7월부터 100테라바이트 이상 저장 용량을 사용하려면 별도 요금을 내라는 것이다. 무료를 내세워 우월적 시장을 구축한 뒤 유료화해 이익을 뽑아내는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비즈니스 수법이다. 용량이 큰 연구 데이터와 논문 등을 구글 클라우드에 보관해온 대학 입장에선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택시 업계에서도 카카오가 기사 23만명, 고객 2800만명을 가입자로 확보해 호출 서비스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단계적 유료화로 전환해 택시 기사와 승객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사가 월 9만9000원짜리 유료 요금제에 가입해야 고객 호출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승객은 빨리 택시를 잡으려면 1000~3000원의 웃돈을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기사와 승객들을 독점 플랫폼에 예속시켜 불공정 게임을 하고 있다. 이것은 IT 기업의 ‘혁신'이 아니라 낡은 독점 수법이다.

공짜 서비스 후 유료화하는 전략은 세계 대부분 플랫폼 기업들이 구사하는 공통적인 수익 모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기업에 종속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과도한 고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공정위는 구글·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의 일방적 시장 지배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에 해당되는지 조사에 나서야 한다. 미국 하원은 아마존·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독점 사업자에 대해 기업 분할이나 사업부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독점과 횡포가 일상화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를 희생시킬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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