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 비트코인 화폐 채택하려는 엘살바도르에 반대
지난 9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에 대해 국제 금융 기구가 잇따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 화폐 구현을 위한 기술과 자금 지원 요청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1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세계은행이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지정 관련 기술 지원 요청에 대해 “(채굴 과정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통화 투명성에 문제가 있어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IMF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10일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은 수많은 거시경제·금융·법률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IMF는 지난해 4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지원 명목으로 엘살바도르 정부에 3억8900만달러(약 4398억원)를 빌려줬지만, 이후 엘살바도르가 추가로 요청한 10억달러 대출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국제 금융 기구가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에 비협조적인 이유에 대해 “달러 근간의 시스템을 옹호하는 국제 금융 기구 입장에서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이 새로운 기축통화 구축의 시작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달러의 변동성이 비트코인 변동성보다 작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 취약국들의 연쇄적인 달러 체제 이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탄자니아 대통령은 14일 중앙은행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나이지리아, 케냐 등에서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 기구가 엘살바도르에 등을 돌리면서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작업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비트코인 운용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국가가 대량의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달러 자금이 필요하고, 거래 속도 개선 등 기술 문제 해결도 시급한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살바도르는 국제 금융 기구의 반대에도 ‘비트코인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쓰는 방안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노동자들의 국내 송금 액수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막대한 송금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70%가 신용카드·은행계좌가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이 금융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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