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 저린 도둑

부산/김준호 기자 2021. 6.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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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고 급히 유턴, 잡고 보니 350억 도박사이트 운영 수배범

지난 17일 오후 3시 40분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용소삼거리. 경찰 순찰차가 길가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와 킥보드 등을 단속하고 있었다. 그때 편도 2차로 길을 달리던 K9 승용차 한 대가 급히 유턴하더니 부산~울산 고속도로 장안IC 쪽으로 방향을 돌려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경찰은 이 차량을 추적했고, 100m를 따라붙어 앞을 가로막았다.

경찰이 신원 확인을 요구하자 운전자는 “신분증을 놔두고 왔다”며 발뺌했다. ‘왜 도주했느냐’는 질문에는 “길을 잘못 들어 급히 돌아가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차량번호를 조회해 운전자와 차 소유주가 다른 사실을 확인한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이 남성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밝혔다. 경찰이 지문 조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그는 30대 남성 수배자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352억원 상당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적발됐다. 경찰은 체포 영장을 받아 A씨 검거에 나섰지만, 그는 지금까지 경찰 추적을 따돌리고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이날 A씨가 운전하던 차 주인은 그의 아버지로 조사됐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가 정상적으로 주행했다면 특별한 의심을 사지 않고 그대로 통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발 저린 도둑이 자기 꾀에 넘어간 셈이다.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대구 경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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