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65달러→0달러, 초유의 '코인런' 사태
‘타이탄’이라는 가상 화폐가 하루 만에 60달러대에서 0달러로 폭락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아이언파이낸스라는 회사가 출시한 타이탄은 16일까지만 해도 개당 6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24시간 만에 가치가 증발했다. 미국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타이탄의 가격은 18일 오후 8시(한국 시각) 기준 0.000008895 달러다. 우리 돈으로 0.01원밖에 안되는 휴지 조각 신세가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가상 화폐 폭락은 있어왔지만, 단기간에 100% 날아간 건 매우 희소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타이탄은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는 상장돼 있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락 공포에 벌어진 코인런(coin run)
블룸버그에 따르면, 타이탄은 아이언파이낸스의 다른 코인 ‘아이언’의 가격을 떠받치는 기초 자산이었다. 아이언은 달러 등 화폐와 원자재 같은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 화폐)’이다. 1달러에 1아이언으로 가치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아이언의 기초 자산인 타이탄도 가격이 안정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타이탄 가격은 지난 12일 35달러에서 16일 오전 65달러까지 치솟으며 급등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 구단주인 억만장자 마크 큐반이 타이탄을 집중 매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큐반은 가상 화폐 신봉자로 알려졌다.
타이탄의 가격 안정성이 깨지고 전례 없이 급등하다 16일 오후 들어 하락 기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급등에 이은 급락 가능성을 우려해 ‘패닉(공황) 매도’에 나섰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 사태를 뜻하는 ‘뱅크런(bank run)’에 빗대 ‘코인런(coin run)’이 발생했다는 말도 돌았다. 원금 손실 공포가 확산되면서 팔려는 투자자들만 있을 뿐 매수자가 없어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원화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도 가격 급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돌발적인 악재가 발생할 경우 코인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치코인은 국내 4대 거래소에만 60~70개 정도가 상장돼 있다.
◇”가상 화폐 경제 최악의 사건 발생”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에서 코인런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호주의 가상 화폐 투자자이자 재무 컨설팅 업체 파인더 창업자 프레드 세베스타는 “가상 화폐 경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테더’ 등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돌파했지만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이 시장이 흔들릴 경우, 가상 화폐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 화폐 투자자들 중에는 스테이블 코인과 연계된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뒀다가 다른 가상 화폐에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관문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 코인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가상 화폐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가상 화폐 발행 회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원금까지 보장해줄 순 없겠지만 가상 화폐를 주요 투자 자산으로 간주해 규제의 틀에 넣기 전까진 이런 불안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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