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함께 걸어온 숲길만큼 우린 더 가까워진 거야"
하이킹
피트 오즈월드 지음|마술연필 옮김|보물창고|40쪽|1만6000원
이 책에는 글이 없다. 자동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 숲을 누비며 보낸 아빠와 아들의 하루가 그림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런데도 책의 끝머리에 다다를 때쯤에는 주인공들과 함께 하이킹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된다. 나무 향기를 맡고 새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일에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극사실주의적 화풍이 아니면서도 한 장면 한 장면 묘사가 섬세하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이를 잠옷 차림 아빠가 깨우는 첫 페이지. 곤충 도감과 모종 삽, 숲에 심을 묘목을 넣은 통 따위가 어질러진 방에서 전날 밤 늦게까지 준비물을 챙기며 들떴을 아이 마음이 전해져 온다. 미국의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간식으로 먹을 견과류 봉지까지 꼼꼼하게 그려 넣었다. 국립공원이 밀집한 미국 유타주에서 자라면서 저자 역시 주말이면 그림 속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배낭을 싸지 않았을까.
코로나가 1년 넘게 계속되는 사이 자연은 점점 더 절실한 무언가가 되어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반가운 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통나무 다리를 건너가는 장면에서는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소리가 들리고, 길어진 그림자를 드리우며 산길을 내려가는 장면에선 오후의 공기에 스며들기 시작하는 주황빛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숲길을 함께 걷는 일은 교감이자 대화다. 바위에 올려놓은 카메라로 함께 ‘셀카’를 찍고 보온병에 담아 온 물로 건배하는 동안 부자(父子)는 조금 더 친밀해진다. 집으로 돌아와 앨범을 펼친다. 오늘의 기억이 한 페이지의 추억으로 갈무리된다. 아빠와 아이는 앨범을 무릎에 펼친 채 서로 기대 잠든다. 그날 밤엔 둘 다 행복한 꿈을 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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