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3] 당신의 정원은 두 배가 될 거요

황석희 영화번역가 2021. 6. 19.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Your garden would be twice as big
황석희 영화같은 하루/ 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2017)’

1880년대, “웨스팅하우스됐다(Westing-housed)”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감전사했다”는 뜻으로 사업상 경쟁자인 웨스팅하우스를 비난하고자 에디슨이 연출한 사건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직류의 우월함을 주장하던 에디슨, 교류의 효율성을 주장하던 테슬라, 그리고 테슬라의 연구를 지원하던 웨스팅하우스. 이 역사적 인물들의 과학적 경쟁과 그 이면에 숨은 격렬했던 갈등을 ‘전류 전쟁’이라 한다. 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2017)’는 이들의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직류 발전기 개발로 전류 연구의 선두에서 시장을 선점하던 에디슨은 기반 시설 건설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야 하는 직류의 단점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이때 에디슨 밑에서 일한 적 있던 테슬라라는 천재 과학자가 교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거부인 투자자 웨스팅하우스의 지원으로 교류 발전기 개발에 나선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교류 발전기에 밀려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에디슨은 연구가 아니라 언론 플레이로 교류를 공격한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코끼리와 말 같은 큰 짐승들을 교류로 감전사시켜 교류의 위험성을 공공에 전시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의 회사는 “웨스팅하우스됐다”는 불명예스러운 신조어와 함께 어느덧 조금씩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되지만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에서 전기 사업권을 낙찰받으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반대로 에디슨의 회사는 차츰 교류에 밀려 결국은 전류 전쟁에서 패하고 만다.

만국박람회장에서 만난 웨스팅하우스와 에디슨.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가 울타리를 넘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질책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둘 사이의 울타리를 거두자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울타리를 세우지 않는다면 당신의 정원은 두 배가 될 거요(You cannot build a fence at all. Your garden would be twice as big).”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