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와의 직장 내 갈등 해법[동아시론/김현정]
인내심 갖고 이해하며 함께 돌파구 찾아야
조직 구성원이자 누군가의 귀한 아들딸
"우리 애들한테 하는 것처럼 대해야"
대학에서 한 학기를 마치면 몇몇 학생들로부터 성적의 근거를 묻는 이메일을 받는다. 성적에 예민한 소수가 아니라 성적이 갈리는 구간에 있는 학생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성적을 올려 달라는 뜻이 아니다. 교수도 사람이니 혹시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주먹구구식으로 성적을 매기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것이 왜 궁금한가? 이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전형으로 대학을 가던 세대이다. 각종 시험과 대회, 그리고 과제 수행평가 결과로 등급이 매겨지고 그것으로 진학한다. 인생에서 대학의 중요성을 특히나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선생님의 과제 평가 하나하나, 시험 문제 하나하나에 자신의 인생이 걸렸으니 최선을 다하라고 지치도록 채근을 당해 왔다. 그러니 대학에서 교수가 성적을 어떻게 매기고 있는지, 그것이 정당하게,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손해를 보지 않게끔 처리가 되었는지 의문이 생긴다면 당연히 물어야 할 것이다. 20년간 이어진, 특히 2008년 이후 보릿고개 수준의 취업난에 이런 공정성, 투명성 요구는 매우 절박하다. 일개 과목 학점도 이리 챙기는데 회사의 평가와 보상에는 오죽 하겠는가?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다르다. X세대는 어디든 취직만 하면 집 사고, 결혼해 일가를 이루는 것이 가능했다.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회사에 보상 등을 따져 묻는 일도 별로 없었으며 보통은 나름대로 만족했다. 경제성장기에 월급으로 재테크에 열을 올리며 자산 불리는 재미를 누릴 수 있었다. 조직이나 상사에게 크게 바라는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 인생을 책임져 주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밀레니얼세대는 거시적인 조직보다는 상사에게 칭찬 격려 소통을 바라고 인간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의 마음 편한 일터를 원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가치를 둔다.
인천국제공항 사태는 열심히 공부하면 정규직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말에 청춘을 바쳐 입사했는데, 그 명제가 어느 날 뒤틀어진 것을 목격해 벌어진 상황이었다. 혹시 어딘가의 실수라면, 만약 내 삶의 방식이나 신념이 틀렸다면 바로잡아야 하니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다. 테크 기업 성과급이나 평가 공정성에 대한 요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들은 가이드를 제공하고,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진행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해 그에 맞는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분명해져서 어떻게 세상과 회사가 돌아가는지 알고, 그에 맞춰 평화롭게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회사나 업계 전체가 어려운데도 그저 나에게 돈을 더 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자꾸 못 알아들으면, 그냥 돈이나 많이 달라고 하게 된다.
사람들은 힘든 현실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 없을 때 좌절한다. 자신들이 믿는 원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밀레니얼세대는 앞선 세대보다 더 잘사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른이 되면서는 어린 시절 바라보던 어른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맞이해야 했던 비운의 세대이다. 이들은 아버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이다. 아무리 일해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데, 삶의 방식조차 혼란스럽다면 어떻게 무슨 힘으로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X세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혜택 받은 세대이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X세대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은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가야 한다. 이들은 사실 조직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귀한 아들딸이기도 하다. 강의장에서 한 분이 말씀하신다. “그럼 우리 애들한테 하는 것처럼 하면 되겠네요.” 그 말이 정답일 것이다.
김현정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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