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서 찾아낸 '민주적 경제'의 일곱 가지 원칙

김용출 2021. 6.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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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주민의 95%가 흑인이던 클리블랜드 글렌빌에서 흑인 청년 크리스 브라운은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다.

이제 크리스와 지역 주민의 다수를 위해 설계된 클리블랜드 모델은 민주적 경제의 핵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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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리 켈리·테드 하워드/홍기빈 옮김/학고재/1만7000원
모두를 위한 경제/마저리 켈리·테드 하워드/홍기빈 옮김/학고재/1만7000원

20여년 전, 주민의 95%가 흑인이던 클리블랜드 글렌빌에서 흑인 청년 크리스 브라운은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다. 돈이 필요했지만, 기술이 없어 코카인을 몰래 팔다가 3년간 감옥 생활을 경험했다. 출소한 브라운은 한동안 지붕 수리공과 텔레마케팅 상담원, 환경미화원 등 저임금 노동을 전전해야 했다.

그와 글렌빌의 운명은 마을 주민들이 주주인 협동조합에 의해 극적으로 개변했다. ‘에버그린 협동조합’의 세탁업체에 시간당 10달러에 기타 수당을 받는 조건으로 취직했다. 성실하게 일했던 그는 6개월 만에 공장 감독으로 승진했고, 월급도 올랐으며, 더 중요하게는 회사 소유권의 일부도 갖고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제 크리스와 지역 주민의 다수를 위해 설계된 클리블랜드 모델은 민주적 경제의 핵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

노동자 소유의 건설업체와 원주민 여성들로 구성된 가죽공예 협동조합을 세운 사우스다코타주의 파인 리지 인디언보호구역의 수족 출신 30대 닉 틸슨, 한때 노숙인이었다가 오리건주의 혁신 기업가가 된 흑인 청년 타이론 폴,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환경 컨설팅 기업을 운영 중인 생태과학자 로렌 젠슨 등등.

경영 설계 전문가인 마저리 켈리와 지역경제 모델 전문가 테드 하워드는 작금의 자본주의는 억만장자 26명의 재산이 인류 절반의 재산과 같을 정도로 부유한 소수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본 편향의 자본주의라며 공공선을 목표로 보통 사람들의, 보통 사람들에 의한, 보통 사람들을 위한 민주적 경제를 제안한다.

저자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싹트고 있는 민주적 경제 현장과 지도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주적 경제의 일곱 가지 원칙을 추려냈다. 공공선이 우선인 ‘공동체의 원칙’, 배제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포용의 원칙’, 지역 자산을 마을에 머물게 하는 ‘장소의 원칙’, 자본보다 노동을 우선시하는 ‘좋은 노동의 원칙’, 공정과 지속 가능성에 기반한 경영구조를 설계하는 ‘민주적 소유권의 원칙’, 생명의 근간인 생태계를 지키는 ‘지속 가능성의 원칙’, 투자의 최우선 목적을 사람과 지역에 두는 ‘윤리적 금융의 원칙’이 그것이다.

새로운 대안 경제의 모델과 구체적인 원칙들이 중요한 이유는 수많은 모순을 드러내는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해 단순히 아니요, 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 앞에서 고작 아니요, 라고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이상 행동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아니요, 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덕적 정언명령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반박과 대응 수준의 운동을 뛰어넘어 진짜로 사회를 바꾸는 운동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든든한 비전과 전략에 뿌리박아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희망이.”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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