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뒤에 감춰진 '위선' 빌 게이츠에 대한 불편한 진실
조세회피·불법 등 자금 흐름 불투명
초국가적 권력.. 정부·언론 입 막아
사업과 선행 결부 보건·환경 등 장악
빛나는 명성 뒤 가려진 '민낯' 폭로
최근 세기의 이혼으로 화제를 모은 빌 게이츠. 이후 그를 저격하는 각종 구설이 뒤따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물론 미성년 성착취 범죄자인 백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도 드러났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자선사업가 등 빛나는 명성에 가려졌던 그의 어두운 일면이 이혼과 함께 점차 폭로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 그를 또 한 번 저격하는 책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는 그의 자선 행위마저 대놓고 비판한다.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행하는 ‘자선 자본주의’가 민주주의 질서를 벗어났다는 이유다. 이 재단은 아프리카 등에 에이즈를 막기 위해 치료제 개발 등에 큰돈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당시부터 백신 개발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구호활동에 힘써 더욱 유명해졌다. 은퇴 후 수백억달러를 기부하고 자선활동에 힘써온 탓에 게이츠는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될 정도다.
이 같은 행적으로 경외에 가까운 존경을 받아온 게이츠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책은 단순히 그를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는 데 목적을 두진 않았다. 다만 자선사업이 절대선이 아니며 그 이면에 구조를 파헤침으로써 자선의 순수한 취지를 되살리자는 의도라고 책은 밝히고 있다. 저자는 “초국적인 권력을 가진 게이츠 재단의 활동은 그 어떤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는다”며 “더욱 암담한 것은 이 재단이 그 막대한 자금으로 학자들과 비정부기구(NGO), 언론의 입을 간접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게이츠가 움직이면 그의 자본이 움직이고 그를 옹호하는 유력인사들과 각국 정부, 국제단체, NGO가 따라간다. 그의 영향력이 초국가적 권력에 비견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예를 들어 보건 분야를 보면 게이츠 재단은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의 11%를 제공했으며 이는 영국 정부가 공여한 금액의 14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책 우선 과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맡긴다.
그가 주도했던 소아마비 퇴치 운동은 대표적인 나쁜 사례다. WHO에 몸담았던 전염병학자 데이비드 헨더슨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WHO가 게이츠 재단의 영향 아래 소아마비 퇴치 운동을 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2011년 소아마비 퇴치 운동이 집중된 나이지리아와 인도, 파키스탄 3개국에서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PT) 접종이나 홍역 접종에 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이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 DPT와 홍역 백신을 맞지 못한 어린이 2200만명 가운데 절반이 숨졌다. 소아마비 백신팀이 방문한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홍역으로 죽어 나가는데 왜 소아마비 백신을 놔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게이츠 재단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거물급 자산가들이 자선사업을 통해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지 설명한다. 부호들은 자선사업을 통해 보건, 환경 등 분야를 장악하고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 수완을 기부 활동에 접목하려 하며, 수익 활동과 빈곤 구제를 연계시키고 사업과 선행을 결부시킨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민주주의 질서마저 망가뜨리는 이들의 자선 활동은 각국 정부와 시민들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더는 그들의 손에 우리의 미래가 농락당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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