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10번 떨어졌다.. 출세 보증수표, 中 공산당원 '100년 권세'[글로벌 포커스]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就沒有新中國).”
중국 공산당이 다음 달 1일 창당 100년을 맞는다.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과 1919년 5·4운동에 고무된 일군의 지식인이 황제도, 외세 개입도 없는 세상을 꿈꾸며 1921년 상하이에서 창당한 지 100년 만이다. 태평양전쟁, 거대 정당 국민당과의 내전 등에서 모두 승리한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해 72년째 통치하고 있다. 또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해 빈곤한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을 미국과 맞먹는 패권국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대대적인 100주년 행사를 통해 대내외에 중국식 사회주의의 우수성을 강조하겠다고 벼른다. 우선 23일부터 100주년 기념식이 치러질 베이징 톈안먼 광장이 폐쇄된다. 행사 당일에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殲·J)-20’ 등의 축하 비행도 예정됐다.
역사 미화도 한창이다. 중국역사연구원은 최근 일반인을 위한 공산당 역사서 ‘중국 공산당의 짧은 역사’ 개정판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야기한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의 부정적 측면을 대폭 축소해서 기재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당장은 서구에 맞서지 말라는 뜻으로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아예 사라졌다. 일각에서 ‘공산당 100년 행사가 내년 10월 20차 당 대회에서 사실상의 종신 집권을 추구하는 시진핑(習近平·68)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 도구로 변질됐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공산당원은 누구?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72년째 집권당 위치를 지키고 있다. 당원 수 또한 9200만 명으로 인도 집권당 BJP(1억8000만 명)에 이은 세계 2위다. 단일 정당이 100년간 명맥을 유지하며 72년간 집권한 사례가 극히 드문 데다 15억 인구의 6.6%에 불과한 공산당원이 나머지 중국인을 통치해온 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간 약 1900만 명이 공산당에 가입 신청을 하고 이 중 900만 명만 승인을 받는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되지 않으나 투철한 애국심과 당성이 입당 조건으로 꼽힌다. 당헌에 명시된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장쩌민의 3개 대표 사상,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진지하게 학습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시절 시 주석 또한 10번이나 떨어진 후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그의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는 문화혁명 과정에서 반동분자로 몰려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가족 또한 사상 개조를 포함한 고초를 겪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직업을 가진 모든 당원은 당비를 내야 한다. 급여에 따라 차등 납부하며 월급 3000위안 이하일 때 0.5%에 해당하는 월 약 15위안(약 2600원)을 낸다. 3000∼5000위안은 월급의 1%, 5000∼1만 위안은 1.5%, 1만 위안 초과는 2%를 납부한다. 농민은 소득 수준에 따라 0.2∼1위안을 낸다.
당헌은 ‘모든 당원은 어떤 사익과 특권도 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가입이 곧 출세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국영기업 등 안정된 직장에 쉽게 취직할 수 있고 활동비 명목으로 다양한 보조금도 꽤 나온다. 국영기업, 민간기업, 대학 등도 모두 당의 지시로 움직이는 체제여서 공산당원 출신이 아닌 중국 엘리트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 후진타오·리커창 등 배출한 공청단이 핵심
14∼24세가 되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할 수 있다. 소선대와 달리 나이만 찼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모체는 젊은층에게 혁명 이념을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1922년 설립된 중국 사회주의청년단이다. 1957년 현 이름으로 바뀌었다. 회원이 전체 공산당원의 88%인 약 8100만 명에 달해 ‘공청단=공산당’으로 봐도 별 무리가 없다. 공청단이 시 주석 등 혁명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태자당, 장쩌민(江澤民·95) 전 국가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과 함께 중국을 움직이는 3대 정치세력으로 불리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장인 공청단 제1서기 또한 대부분 최고 지도자에 올랐다. 1대 서기는 바로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공산당 총서기, 4대 서기가 후진타오(胡錦濤·79) 전 국가주석, 6대 서기가 리커창(李克强·66) 현 총리다. 후춘화(胡春華·58) 국무원 상업무역담당 부총리, 친이즈(秦宜智·56) 국무원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부국장 등도 공청단 1서기를 거쳐 중앙정계에 입성했다.
공청단은 미중 갈등이 격화한 최근에는 애국주의 여론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대만 등 서방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관영매체, 외교 공관, ‘중국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胡錫進) 관영 환추시보 편집장 등 인플루언서 등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들이 만들어낸 중국에 유리한 뉴스를 공청단과 단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하면 일반 젊은이조차 애국주의에 휩쓸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 막강 권력이 1인 독재 부추겨
당시 마오는 미국, 영국 등을 따라잡겠다며 농촌 위주의 경제성장을 추구했다. 그 일환으로 해충 및 해조 박멸을 지시한 ‘제사해(除四害)’ 운동을 벌였다. “참새는 해로운 새”라는 마오의 교시에 따라 전 중국인이 참새, 쥐, 파리, 모기를 박멸하는 데 나섰다. 이들의 먹이였던 해충이 더 기승을 부려 식량 생산이 대폭 줄었다. 기근까지 겹쳐 5년간 무려 4000만 명의 기록적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집권한 덩샤오핑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차차기 후계자를 미리 정하는 ‘격대(隔代)’ 지정 전통을 확립했다. 그는 장쩌민에게 권력을 넘겨주면서 차차기 후보로 후진타오를 지명했다. 후진타오 역시 시진핑을 이을 다음 후계자로 후춘화와 쑨정차이(孫政才·58) 전 충칭 당서기를 골랐다.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했을 때 후와 쑨은 모두 49세의 젊은 나이였다. 관례대로라면 둘 중 한 명이 2017년 제19차 당 대회에서 7인 상무위원에 진입해 시진핑 집권 2기(2017∼2022년) 동안 국가부주석, 군사위원회 부주석 등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 2022년 새 국가주석이 되어야 한다.
시 주석은 2017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10년)도 없앴다. 그는 집권 내내 부패 척결이란 이유를 들며 공청단과 상하이방 세력을 모두 제거했다. 또 자신을 포함한 7인의 상무위원 전원을 60대 이상 고령자로 채웠다. 후진타오가 차차기 후보로 지명한 쑨은 아예 비리 혐의로 실각했다. 시 주석이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는 더 노골적인 종신 집권 방안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과 격렬하게 대립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그간 시 주석을 ‘대통령(President)’으로 칭했던 관례를 깨고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불렀다.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총서기가 군사능력 증강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 민주주의 이념이 아닌 무력으로 패권국이 되겠다는 공산 정권의 본질을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 공산당 지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빈부격차, 도농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문제다. 상위 2% 부자가 전체 자산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공산당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 요소다.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압박 또한 날로 거세지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당장은 공산당 이외의 정치세력이 부재하고 대안 또한 없어 공산당 독재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면서도 “당과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공산당 특유의 중앙집권 체제가 지속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존재하는 만큼 스스로 변화의 변곡점에 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오 사후 개혁개방 추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의 변화를 택해 살아남은 것이 공산당 100년의 비결이듯 현재의 공산당 또한 자체 변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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