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불안과 영성
[경향신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위험할 만큼, 오늘의 정보는 오염되었다. 직접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의심 없이 들은 바를 전한다면, 그 역시 정보의 진위를 교란시키는 데 일조하는 메신저가 되고 만다. 불신이 바닥을 치고 내려가는 지금, 불안은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상황이 불안하게 느껴질 때, 희망마저 온전히 잃어버리는 최악의 순간에 사람들은 밀교적인 믿음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오컬트의 예술’을 쓴 작가 S 엘리자베스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천착하는 영성과 신비주의, 음모론의 배경에는 ‘불안’이 있으며, 그 안에는 대안적 권력 구조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바라본다. 그는 영성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던 시기에는 사회정의를 재정립하기 위한 운동이 발생했고, 가부장적 억압에 저항하는 ‘범법자’는 ‘마녀’라고 불려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켰다.
수잔 트라이스터가 ‘마녀’를 뜻하는 ‘HEXEN’을 제목으로 정부의 대중 통제 프로그램 뒤에 있는 과학 연구의 역사를 조사하고, 감시와 믿음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작업을 발표했던 것은 엘리자베스의 논의와 같은 맥락에 있다. 그는 인터넷으로 치밀하게 연결된 세상 안에서 노출증에 빠져 생존하는 ‘자기애적 생명체’의 삶을 지켜보면서, 인터넷이 탄생시킨 새로운 인간성의 정체를 성찰할 필요성을 느꼈다. 작가는 ‘영성’을 키워드로 인터넷 이후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담아 증강현실 앱 형태의 작품을 발표했다. 만화, 다이어그램, 수채화가 8개의 포털을 통해 증강현실로 겹쳐지는 이 작업은 우리를 잃어버린 의식의 새로운 차원으로 안내한다. 그 문은 theescapist.serpentinegalleries.org에 열려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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