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함을 물리쳐준 요술쟁이 친구..나비가 되고 고래가 되게 해준, 그 이름은 '상상' [그림책]
[경향신문]
사방이 정사각형 모양의 ‘지루한 타일’로 빼곡히 채워진 방. 한 아이가 꼼지락꼼지락 몸을 뒤척인다.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물구나무를 서보기도 한다. 아이는 묻는다. ‘심심해?’ 아이는 답한다. ‘응, 심심해.’
아이는 곰곰 생각한다. ‘재미있는 일 없을까?’아이가 살포시 눈을 감자, 열과 오를 맞춰 늘어서 있던 타일들이 하나둘씩 우르르 무너진다. 아이의 몸을 이루던 노란 끈은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 아이 손에 쥐어진다. 아이는 그 끈을 따라서 신나는 모험을 떠난다.
수평으로 늘어난 노란 끈은 기다란 길이 되어 깊은 숲으로 이어진다. 아이는 커다란 나무에 오른 탐험가가 된다. 수많은 나비들 사이를 구르고, 뛰어다니고, 웃는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따분함이 그득했던 얼굴이 생기로 가득 찬다.
끈은 다시 길게 길게 늘어나 노란 고래가 된다. 아이는 커다란 고래와 엎치락뒤치락 한바탕 몸싸움을 하고, 드넓은 바닷속을 여행한다. 아이의 몸은 바다가 된다. 가슴속에는 노란 고래 한 마리가 자리 잡는다. 고래를 가만히 만지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노랑이 뛰놀고, 파랑이 물결치는 그림은 아이의 ‘작은 소동’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투명한 몸에 머리, 두 팔, 두 다리만 있는 아이의 모습도 재미있다. 책 속 텍스트는 8문장뿐이지만, 두근두근한 동심을 나타내기에는 충분하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의 세계’. 스스로 세계를 확장시키는 모습이 경이롭다.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없어도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는 아이는 어른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나는 나는 친구를 만들죠~’ <심심해?>는 1990년대 EBS의 인기 프로그램 <만들어볼까요>의 오프닝송이 떠오르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심심함을 물리쳐준 ‘요술쟁이 내 친구’. 그 친구의 이름은 ‘상상’이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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