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화·대결 다 준비하라" 한 김정은, 미는 대화 카드 내놔야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국가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되는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내놓은 첫 공식 반응으로, 한국과 미국을 향한 비난을 절제하고 대결과 더불어 대화를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당대회 때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는 한편 남측에 대해서도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남북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말한 것은 한층 유연해진 메시지로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대결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대화를 언급한 것은, 당분간 상황 관리를 하면서 대화 여건이 마련되면 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반도 정세 안정을 언급한 점도 당분간은 도발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및 남북관계에 변화의 모멘텀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날 북한의 발표를 살펴보면, 북한은 당장 대화에 나서기보다 핵무력 증강 등 전략적 지위와 유리한 환경 조성 노력을 계속하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강온 양면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한·미 당국은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식량난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주문했다. 식량난과 방역은 인도적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한·미가 지원할 수 있다. 더불어 주목되는 것이 8월로 예정된 한·미 훈련의 조정 여부다.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전날 “한·미 훈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의 대화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당장 한·미 군 당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훈련을 유예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방한해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카드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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