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콜센터 1600명 직고용 협의 시작.. 정규직들 반발

곽래건 기자 2021. 6. 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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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1600명의 공단 직접 고용 여부를 결정할 노·사·전문가 협의회가 공단 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가 처음으로 참여한 가운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단 정규직 일반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8일 오후 '사무논의협의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규직 직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직원들은 돈을 모아 시위용 노란색 트럭을 빌렸다. / 오종찬 기자

공단은 1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6시간 가까이 ‘사무논의협의회'를 진행했다. 협의회에는 공단 정규직 노조(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보고객센터 지부)가 처음 참석했다. 정부는 민간 위탁 업무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의 정규직 전환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실제 전환 여부는 노·사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건보공단의 경우 올해 이미 5월 21일과 6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협의회가 열렸지만, 노조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규직 노조가 ‘위원들의 성향이 편향됐다'는 이유로 참여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객센터 노조 역시 참여하지 못했다.

이날도 양 노조는 정식 위원 자격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자격으로 각자의 입장을 전문가들에게 설명했다. 다만, ‘다음 4차 협의회에서는 정식 위원 자격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직고용을 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위원들은 이날 양 노조 외에 공단으로부터 고객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콜센터 업체도 불러 입장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고객센터 직원들을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는 민간 업체 소속 정규직이다.

하지만 이날 협의회 참가를 놓고 공단 정규직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가 ‘직접 고용은 안 되고, 협의체도 참여하면 안 된다'는 노조원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노조원들은 지난 17일 “협의체 참여시 현 노조 집행부의 권한 정지를 요구하겠다”는 집단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상 ‘탄핵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18일 '사무논의협의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정규직 직원이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의 공단 직접 고용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일부 직원들은 이날 휴가를 내고 협의회가 열린 호텔과 서울 광화문 등을 찾아 1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A(28)씨는 “나도 계약직이었던 은행 창구직 등으로 일하며 퇴근 후 공부해 어렵게 공단에 입사했다”며 “단순히 처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단 직원이 되게 해 달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B(35)씨는 “직장 다니며 저녁 시간에 대학원에 가고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몇 년을 공부해 입사했는데, 요즘은 이런 내 노력과 시간이 모조리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C(30)씨는 “나도 서울 빅5 대학병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입사했고, 지금 우리 사무실에도 입사 가산점을 받기 위해 계약직으로 일하는 인턴들이 있다”며 “정말 공단 직원이 되고 싶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고객센터 직원들은 ‘2년 마다 콜센터 업체와 발주처의 계약이 갱신되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하고, 국민들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공공성이 있어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당수 콜센터 업체가 실제로는 단순 인력 파견 업체 수준이라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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