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기정책 개발에 '성숙도 평가' 도입을

여론독자부 2021. 6. 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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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의 꿈은 무엇일까.

필자가 과학기술자로서, 출연연 원장으로서 지난 경험을 살펴보면 성공적인 상용화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정책 의사결정 과정이다.

사회과학 연구가 응용 연구인 정책 개발로 전환하는 시기다.

실제 정책 연구개발 활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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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ETRI 김명준 원장
[서울경제]

연구자들의 꿈은 무엇일까. 세상의 진리를 찾는 연구 수행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업 전 주기 과정을 거쳐 ‘연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상용화를 체험하는 것이 많은 과학자의 꿈일 것이다.

기술이 준비된 정도를 총 9단계로 나눈 ‘기술성숙도(TRL·Technology Readiness Level)’에 따르면 주로 4~7구간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어려워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정부 출연 연구원의 연구자들은 사업 계획서에 따라 실험·실증·테스트 정도를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기술성숙도상 4~6단계 역할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를 모르고 왜 출연연은 상용화 성과가 미미하냐는 억울한 공격을 받기도 한다.

필자가 과학기술자로서, 출연연 원장으로서 지난 경험을 살펴보면 성공적인 상용화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정책 의사결정 과정이다. 규제 샌드박스, 네거티브 정책, 행정 규제 개선 등 정책이 나와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제안을 했지만 정책 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암초와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필자는 이참에 정책 결정 과정에도 ‘TRL’을 원용해 ‘정책준비수준(PRL·Policy Readiness Level)’ 도입을 제안해본다. 정책 성숙도를 예측해보자는 것이다. 수준은 TRL과 같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정의를 따라 9단계로 설정했다. 이를 활용하면 일관성 있는 토론을 하게 도와줄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PRL 1단계는 기본 원칙을 관찰·보고하는 단계다. 사회과학 연구가 응용 연구인 정책 개발로 전환하는 시기다. 2단계에서는 새로운 정책의 ‘개념’과 ‘적용’을 형식화한다. 적용 사례를 찾는 단계로 아직 추측에 근거한다. 3단계는 정책 개념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단계다. 실제 정책 연구개발 활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론적 분석 연구와 적용 사례를 모의실험하고 이론적 분석이 옳았는지 확인한다. 시험은 주요 정책 변수를 도출하고 측정하는 연구실 수준으로 진행한다.

4단계는 기본 정책들을 설계하고 만드는 단계다. 5단계는 신뢰성을 높이는 단계다. 즉 정책을 각종 법 제도로 만든다. 6단계는 실증 단계로 실제 사업을 통해 정책을 보여준다. 7단계에서는 실제 환경에서 운용해 정책을 적용한다. 8단계는 정책을 본격 적용해 기존 정책과 통합·융합한다. 이때 본격 재정이 투입된다. 마지막 9단계에서는 부작용을 제거한다. 이를 통해 실제 운용 환경에서 현재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책이든지 “10년 적용하고 폐기한다, 10년 후 재검토해 연장한다” 등 시효기간을 명시하기를 제안한다. TRL로 생산한 특허도 20년 동안만 유효하다. 한 번 만들어진 정책이 정리되지 않으면 자칫 악영향을 주고 모순을 만들어내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 수 있다.

과거 정부 정책이나 과학기술 정책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과학기술자들이 지난 30년 넘게 써온 좋은 제도가 있으니 이를 도입해보면 좋겠다는 의미다. PRL은 위험 관리의 한 축으로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행정의 일관성, 투명성, 예측 가능성 역시 PRL을 통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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