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보게 큰 방탄이들, 아미라서 뿌듯하구나

한겨레 2021. 6.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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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방탄소년단 다시보기][이재익의 방탄소년단 다시보기] ③ 방탄의 변신은 무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21일 새 싱글 ‘버터’ 발매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을 맞아 토요일 TV면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칼럼을 연재하는 이재익 피디가 4주에 걸쳐 4부작으로 방탄소년단 특집을 꾸립니다. 음악을 바탕으로 정국의 손등 키스부터 뷔의 헤어스타일까지 방탄소년단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아재 아미’ 이재익 피디가 추천하는 방탄소년단의 매력 넘치는 영상도 놓치지 마세요. 6월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BTS)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할까? 소속사 선배들의 노래에 등장한 적도 있지만, 공식 활동을 시작한 때는 2013년 6월13일로 기록되어 있다. 전날 첫 싱글 음반을 발표하고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엠넷)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것이다. 이제 막 8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의 변천사를 멤버들의 인상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봤다.

1997년생인 ‘황금막내’ 정국은 데뷔할 때 중학생이었다. 당연히 멤버 중 육체적인 변화의 폭이 제일 크다. 토끼상 아이에서 미소년을 거쳐 성인 남자가 되었는데 형들이 업어 키운 막내가 이제는 힘이 가장 세다. 역할 면에서도 메인 보컬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음역대가 넓어서 초기 <화양연화> 음반에서는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최근 ‘온’에서는 가성을 이용한 초고음역을 소화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라이브 무대에서는 춤을 추면서, 혹은 앉은 자세로 어려운 노래를 척척 소화해내는 메인 보컬의 위엄을 보여준다.

메인 보컬은 막내 정국의 몫이지만, 팀의 리더는 예나 지금이나 알엠(RM)이다. 방탄소년단 안에서 급성장한 정국과 달리 알엠은 처음부터 든든하고 똑똑한 리더였다. 삼포세대와 잉여인생에 대해 운운하는 랩이나 유엔 총회 연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리더를 넘어 청년세대 전체에 대한 고민과 책임을 잊지 않는다. 언어 구사 능력도 범상치 않아서,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 뛰어나고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고 일본어·중국어 실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모든 걸 다 주지 않는다. ‘파괴몬’이라는 별명답게 실생활에서는 늘 뭔가를 망가뜨리고 잃어버리는 ‘덜렁이’로 유명하고 춤은 살짝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약간의 서운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완벽한 친구에게 딱 하나 있던 놀림감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맏형 진은 나를 처음 ‘아미’(팬클럽)로 이끈 멤버다. 빛에 끌리는 나방처럼 그의 미모에 이끌린 매혹의 순간이 입덕의 시작이었다. 노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타고난 고음은 점점 다듬어져 호소력까지 더해졌다. 리액션 영상을 보다 보면 팬들이 가장 많이 눈물 흘리는 대목이 바로 진의 파트다.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역량은 ‘에피파니’에서 빛을 발한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 라이브 영상들을 꼭 찾아보시길. 초기에는 빠른 템포의 곡에서 자리를 잘 못 잡는 모습도 보였는데, 최근에는 이 단점마저 극복했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실력이 과소평가되었다는 평도 많다. 맞는 말이긴 한데…, 나도 그런 소리 좀 들어봤으면.

뷔의 ‘뽀글이 파마’. 브이라이브 갈무리

진과 함께 비주얼로 찬사받는 뷔는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꾼다. 이번에도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른바 ‘뽀글이 파마’. 깜짝 놀랐다. 이런 헤어스타일이 이토록 멋지게 보일 수 있다니. 다만 화면에 경고 문구를 붙였어야 했다. 따라 하지 마시오. 이 머리를 보통 사람이 했다간 바로 개그가 된다. 뷔의 음색은 독특하다 못해 귀하다. 중저음 파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매력이 가장 잘 발산된 곡이 ‘디엔에이’다. 그런데 이번 ‘버터’에서는 진과 똑같은 음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특히 오렌지 슈트를 입고 엘리베이터에서 2절을 시작하는 뷔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번 노래의 주인공은 뷔구나.

‘안무팀장’이라는 별명의 제이홉은 춤에서는 할 말이 없다. 처음부터 잘 췄고 감히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날아가고 있으니까. 그의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면 화려한 무대는 사라지고 허공 위에 춤을 추는 제이홉만 보인다. 박자에 맞춰 추는 춤이 아니라 박자를 흩뿌리며 추는 춤 같다. 알엠이나 슈가에 비해 늦게 시작한 래퍼로서도 놀랄 만한 변화를 보여준다. 성장의 결과물이 2019년 그의 솔로 곡 ‘치킨 누들 수프’다. 노래 초반부터 다양한 음역을 넘나들며 능수능란하게 랩을 하고 심지어 고향인 광주 사투리까지 녹여내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조회수 3억건을 향해 달려가는 뮤직비디오 내내 제이홉은 전세계 스트리트 댄서들을 압도하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천재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람이 지민이다. 원래부터 차원이 달랐던 그의 춤과 노래는 이제 설명 불가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민의 솔로 곡 ‘필터’ 공연 영상을 보면 몇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남자 옷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구나. 3초 만에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있구나. 외설과 예술의 경계는 정말 종이 한장이구나. ‘필터’ 공연의 꽤 야한 춤을 보고 많은 팬이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춤추다간 팬들이 심장마비로 죽어서 아무도 남지 않을 거라고. 영상을 다 본 다음엔 눈을 감고 정식 음원을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이 어려운 노래를 아까 그 안무와 함께 라이브로 부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

한번 빠진 뒤에 출구를 못 찾고 허우적대고 있는 나의 최애 멤버 슈가의 성장기에 대해서는 앞선 칼럼에서 자주 다루었으므로 생략한다. ‘민슈가’(민윤기+슈가) 때문에 날려버린 어마어마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득할 뿐. 다른 아미들과 함께 고소할까 생각 중이다. 다음 마지막 편에선 방탄에 입문하기 위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의 목록을 소개하겠다.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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