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오바마케어' 또 합헌..CNN "정치적 좀비됐다"

김윤나영 기자 2021. 6. 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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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전국민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수년간의 법적 분쟁은 일단락됐다. 이제 민주당과 공화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문제를 두고 새로 대립하게 됐다.

미 대법원은 텍사스주 등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18개 주와 개인 2명이 제기한 이번 위헌소송을 7 대 2로 기각했다. 보수와 진보 비율이 6 대 3인 대법원이 오바마케어 존치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바마케어가 대법원에서 살아남은 것은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을 시행했다. 공화당은 건강보험 의무가입 조항을 둔 이 법안이 ‘사회주의 의료제도’라고 주장했다. 법안은 보험 미가입자에게 벌금을 부과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7년 미 의회가 벌금 액수를 0원으로 줄였다.

원고들은 소송에서 오바마케어의 벌금 제도가 개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벌금이 사라져 “원고들이 오바마케어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의무가입 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10여년간 이어진 오바마케어에 대한 법적 논란은 일단락됐다.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미국인 3100만명도 보험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늘 미국 대법원판결은 1억3000만명이 넘는 미국인과 초유의 유행병 속에서 건강관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 수백만 미국인에게 큰 승리”라고 환영했다.

■메디케어 확대로 전선 이동할 듯

바이든 정부의 건강보험 확대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됐다. 당장 민주당 상원은 저소득층 노인 건강보험인 ‘메디케어’가 치과치료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이 양질의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구축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의료 취약계층을 위해 오바마케어의 특별등록 기간을 두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기간 120만명 넘는 미국인이 오바마케어에 추가 가입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코로나19 구제 패키지’를 통해 오바마케어 보조금도 일시적으로 30%까지 늘렸다.

그러나 공화당이 건강보험 확대 정책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법원은 오바마케어의 생존을 보장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두고 충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선이 오바마케어 찬반에서 “국가를 보편적인 의료 보장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CNN은 “오바마케어는 결코 죽지 않는 ‘정치적인 좀비’”라면서 공화당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오바마케어를 계속 공격하리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오바마케어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역전했다. 비영리단체 카이저재단의 2016년 12월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케어에 대한 찬반 여론은 43% 대 46%였다. 그러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찬반 여론은 53% 대 35%로 역전됐다. 다만 공화당 지지자 다수는 여전히 오바마케어에 반대한다. 지난달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15%만이 오바마케어를 찬성하고 77%는 반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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