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하는 노인' 등치는 국민연금 과세

기자 2021. 6.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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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은퇴후 소득’ 장려할 일인데

연금 삭감·종합과세로 逆차별

고령층 일자리 만들기와 상충

국민연금은 연금상품과 달라

의무 가입에 소득재분배 기여

분리과세 해야 청년 짐도 줄어

국민연금(노령연금)은 최소한의 국민 노후를 지키는 버팀목이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여전히 많다. 특히 은퇴 후 매달 받는 노령연금에도 세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복잡한 세금을 알아서 떼고 연금을 통장에 자동 입금해주는 것과 무관치 않다.

노령연금은 종합소득세 대상이다.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보험료에 100% 소득 공제 혜택을 줬기 때문에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2001년까지 냈던 보험료를 환산한 연금액은 빼고 세금을 계산한다. 또 최대 900만 원까지의 소득공제, 본인·배우자·부양가족 공제도 있고, 산출된 세액에서 7만 원을 빼주는 세액공제도 있다. 그래서 실제 내는 연금소득세는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소득 없이 연금만 770만 원 이하인 때는 세금이 제로(0)다.

문제는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다. 노령연금을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하기 때문에 총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늘어난다. 과세표준이 1200만 원 이하는 세율이 6%지만, 이 금액을 넘어 4600만 원까지는 15%, 그다음 8800만 원까지는 24%로 껑충 뛴다. 게다가 다른 소득이 있으면 연금액이 삭감된다. 재직자 노령연금제도에 따라, 만 60세 이상∼65세 미만은 연금액을 넘는 초과소득이 월 100만 원 이상이면 연금이 5% 이상 깎인다. 은퇴한 후에도 일해서 추가 소득을 올리는 것을 정부가 우대하기는커녕 연금 삭감·세금 중과로 이중 압박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대거 만드는 것과도 상충한다. 고령층에 추가 소득 기회를 주면서 정작 소득이 늘면 불이익을 주니 황당하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으니 과세 자체야 피할 수 없겠다. 그러나 적어도 고율의 종합과세는 방향이 틀렸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과도 다르다. 이들 직역 공적연금은 낸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를 지원하는 세대 간 부조인 동시에 같은 세대 내 사회부조 성격을 갖고 있다. 저소득층의 연금 배율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높다.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퇴직연금·연금저축보험 등 사적 연금상품은 가입자가 지급 조건 등을 선택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국가가 정한 조건을 그대로 따르는 의무 저축이다. 가입 기간도 최소 10년 이상 장기로, 30년 이상 보험료를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주목할 변화가 보인다. 일하는 노인이 급증했다. 자녀가 주는 용돈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번 근로소득·사업소득으로 스스로 생계를 꾸리는 것이다. 지난해 노인 평균 개인소득은 1588만 원으로 2008년(700만 원)에 비해선 2배 이상으로, 2017년(1176만 원)에 비하면 32.5% 급증했다. 반면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은 2008년 46.5%에서 지난해 13.9%로 급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속한 1955년생 등이 ‘65세 이상 노인’에 진입하면서 생긴 변화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게 분명하다.

은퇴자가 일해서 추가 소득을 올리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사회적 부양 부담이 줄고 자녀 세대의 짐도 한층 가벼워진다. 당연히 장려할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세금 중과 대상이다. 은퇴하면 용돈 이상의 돈을 벌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물며 여당과 정부는 초과 세수로 전 국민에게 보편 지원금을 준다고 법석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공짜 돈을 뿌릴 궁리는 하면서, 처음부터 세금을 낮춰 은퇴자의 노후를 배려하는 것은 외면하는 셈이다. 문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2057년 예상)이 시간문제인데도 연금 개혁을 진작에 포기했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자 논의 자체를 덮고 차기 정부로 넘긴 것이다. 청년세대의 부조가 없으면 파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특성을 볼 때, 국민연금은 최소한 분리과세로 바꿔 저율 과세로 가는 게 옳다. 그래야 은퇴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들의 부담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다. 공단의 연금 지급 부담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도 부자 감세라고 한다면 정권의 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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