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예해방일 6월19일, 이젠 연방공휴일..바이든 "행동 필요"

김윤나영 기자 2021. 6. 18. 1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예해방일인 6월 19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대한 서명식을 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노예해방일인 6월 19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 행사에서 “노예해방일은 노예 생활의 길고 힘든 밤과 다가오는 밝은 아침에 대한 약속을 동시에 상징한다”면서 “위대한 나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노예해방일은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쳐 ‘준틴스’(Juneteenth)로 부른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뒤 2년여 뒤인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에서 마지막으로 노예를 해방한 것을 기념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이날을 또 하나의 독립기념일로 기린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7월 4일이다.

미 하원은 전날 노예해방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상원은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하원에서는 텍사스주의 칩 로이 등 공화당 의원 1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로이 의원은 노예해방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것 자체는 찬성했지만, 기념일 공식명칭에 ‘독립’(independence)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데 반대했다. 그는 이 명칭이 “피부색에 따라 별도의 독립기념일을 만들어서 불필요하게 나라를 분열시킨다”는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노예해방일은 성탄절과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4년에 한 번 있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등에 이어 미국의 12번째 연방공휴일이 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부분 주는 6월 19일을 자체 공휴일로 지정해 쉬고 있다. 노예가 많았던 남부의 텍사스는 가장 늦은 1980년에야 노예해방일을 휴일로 지정했다. 올해는 19일이 토요일이어서 금요일인 18일이 쉬는 날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이번 조치에 환영했지만, 구조적 인종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행동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서명식에서 “오늘 우리는 과거를 축하할 뿐 아니라, 행동도 해야 한다”면서 행동이 필요한 분야로 투표권 확대를 언급했다.

보수 세력의 저항도 여전하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은 사전투표권 등을 축소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법이 비백인들의 투표권을 제약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텍사스주 등에서는 학교에서 미국 노예의 역사를 가르치는 내용을 제한하려는 시도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연방 정부가 흑인 노예 후손에게 노예제에 대한 배·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살해된 이후로 미 의회에 계류 중인 ‘경찰 개혁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