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디지털 노인稅? 배우면 다 한다

김홍수 논설위원 2021. 6. 1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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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깔고 또 깔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한 시민이 정부 사이트에 접속해 공문서를 발급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이트에 접속하니 ‘액티브X’를 깔라고 한다. 그걸 다운받으려니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깔라고 하고, 그걸 다운받으려니 또 ‘보안 프로그램’을 깔라고 한다.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고 해 ‘은행 공인인증서’를 다운받으려 하니 ‘회원 ID’가 있어야 한다면서 비밀번호를 만들라고 한다. 10자리, 영문, 특수문자 조건 맞추느라 3~4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마침내 회원 가입 절차를 마치고 로그인을 하려는데 ‘아뿔사, 비밀번호를 까먹어 버렸네.’

2021년 6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안길주(74) 씨가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통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돌고 돌아도 늘 제자리인 미로에 빠진 느낌. 누구나 한두 번쯤 겪었을 일이다. 어르신들에겐 이런 디지털 세상의 진입 장벽이 훨씬 더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의 디지털 소외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인터넷 쇼핑몰 이용률이 20대는 97%에 달하는 반면 70대 이상은 11%에 불과하다. 30대는 93%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데 70대 이상은 5%에 그친다.

▶디지털 무능은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이 되는 세상이 됐다. 생필품 최저가 구매는 온라인 쇼핑몰을 빼곤 생각할 수 없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뗄 때 인터넷으로 발급받으면 공짜지만, 주민센터 창구에서 받으면 1000원을 내야 한다. 100만원을 송금할 때 은행 창구를 이용하면 수수료 2000원을 내야 하지만, 은행 앱을 활용하면 공짜로도 가능하다. 주식 투자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수수료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우리나라 인구 6명당 1명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이 중 20%인 167만명은 홀로 사는 ‘독거 노인’이다. 노인 중 월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92만원)이 안 되는 빈곤층이 43.4%에 달한다. 이런 노인일수록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 못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 이른바 ‘노인세(稅)’를 더 많이 내는 실정이다.

▶어르신 중엔 가족 단톡방을 만들고 매일 동영상을 올리며 자녀와 소통하는 분도 있고, 쇼핑몰, 배달 앱을 활용해 자녀들에게 먹거리를 보내주는 분들도 적지 않다. 유튜버로 고소득을 올리는 ‘디지털 만렙(게임의 최고 레벨)’ 수준의 어르신도 있다. 이분들이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은 “배우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새똥 치우기 같은 노인 일자리에 헛돈 쓰지 말고, 어르신과 청년을 1대1로 연결해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히게 하면 어떨까. ‘노인세’로부터의 자유, ‘디지털 세상과의 연결’을 돕는 게 더 나은 복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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