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백신접종,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에 집단면역 '외부 효과' 유발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1. 6.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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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꿀벌과 백신의 경제학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찍어 공개한 사진. 사람과 벌의 이로운 공생 관계가 계속되도록 벌을 보호하자는 뜻을 담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꿀벌로 뒤덮인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사진이 최근 화제였다. 꿀벌을 몸과 얼굴에 붙이고 정면을 응시하는 여배우 모습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양봉가이자 사진작가인 댄 윈터스는 자신이 기르는 꿀벌들을 데리고 ‘세계 벌의 날’을 기념하고자 이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벌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벌은 꿀을 얻으려고 여러 꽃 위를 날아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꽃가루를 몸에 묻혀 다른 식물에 옮겨 열매를 맺게 한다. 이른바 수분(受粉) 활동이다. 벌은 사실 다른 식물이 열매를 맺건 말건 관심이 없다. 생존을 위해 식량인 꿀을 모으러 다니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다른 식물, 나아가 전체 생태계에 좋은 일을 하게 될 따름이다.

벌의 의도치 않은 수분 활동은 경제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외부 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외부 효과란 어떤 행동이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대한 대가를 주거나 받지 않는 것을 뜻한다. 시장경제처럼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시장 바깥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해서 외부 효과라 한다.

외부 효과엔 나쁜 외부 효과와 좋은 외부 효과가 있다. 누군가 담배를 피울 때 담배 연기가 옆 사람에게 주는 피해가 나쁜 외부 효과다. 경제학자들이 좋은 외부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벌과 함께 자주 끌어다 쓰는 사례가 코로나 백신 같은 예방접종이다.

보통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백신을 맞는다. 그런데 접종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백신을 맞는 행위는 사회에 좋은 외부 효과를 유발한다. 백신 접종률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면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전염병 탓에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반대로 백신을 맞지 않는 행동은 자신의 감염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나쁜 외부 효과를 유발한다. 전염병이 진정되지 않으면 영업 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나 의료비 지출 증가 같은 사회적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15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초래하므로 부정적인 외부 효과다’라는 데 응답자의 100%가 동의했다.

외부 효과는 그 정의상 남에게 본의 아닌 좋은 영향을 끼친다 해서 누군가 대가를 주지도 않고 피해를 끼쳤다고 무언가를 물어낼 필요도 없다. 그래서 때로는 정부가 개입해서 좋은 외부 효과를 내는 행동을 보조금 등으로 독려하거나, 나쁜 외부 효과를 세금 부과로 억제한다.

얼마 전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백신을 맞는 이들에게 돈을 줍시다’라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썼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유발할 집단면역이라는 좋은 외부 효과를 위해 접종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여러 주에선 선물이나 로또를 걸고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홍콩에선 추첨해 아파트를 준다는 백신 주택 로또까지 등장했다. 한국은 금전적 대가는 없지만, 백신 접종자에 한해 7월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겁니다’라는 설득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실질적 보상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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