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美 금리인상... 2023년으로 1년 앞당겼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6. 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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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예정 시점을 당초 전망보다 1년 정도 앞당겼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막대한 규모로 진행 중인 돈 풀기를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착수 시기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은 그동안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코로나 상황에서 이어진 ‘제로(0~0.25%) 금리’와 자산 매입을 통한 돈 풀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기조가 바뀌었다.

15~16일(현지 시각) 개최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기존 ’2024년 이후'에서 ’2023년'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FOMC는 “공공 보건(코로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4월 회의 때는 “코로나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FOMC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발표한 연 6.5%에서 7.0%로 높였다. 물가상승률은 2.4%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언제 논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4월 회견에서는 테이퍼링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일시적일 뿐”이라고 평가했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적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입장을 바꿨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금리 인상 필요성도 커진다.

FOMC의 발표는 시장을 위축시켰다. 16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평균은 0.8% 하락했다.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9%에서 1.58%로 상승했다. 17일 코스피는 0.4% 하락했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했다. 전날보다 13.2원 급등한 1130.4원까지 올랐다.

‘2023년 금리인상’ 전망 FOMC 위원, 7명서 13명으로 늘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코로나 경제 충격 완화를 위해 작년 초부터 사상 초유의 ‘돈 풀기’를 해왔던 연준이 ‘코로나 이후’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5~16일(현지 시각) 열린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결정문, 경제전망보고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은 돈 풀기를 예상보다 빨리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당기고,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도 예상보다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 회복과 정상화에 대해 “저 멀리 있지만(still a ways off)”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제가 회복됐다는 판정은 테이퍼링 개시의 출발 신호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민감한 내용이다. 얼핏 아직 멀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행간을 읽었다. UBS, 시티은행 등은 지난 4월 파월이 경제 진전에 대해 “긴 시간(some time)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저 멀리’라는 표현을 “멀리 있긴 하지만 분명히 오고 있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기정사실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긴 시간'은 막연한 먼 미래를 가리키지만 ‘저 멀리’는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뉘앙스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라는 신호 보낸 연준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해 3월 이후 연준은 제로 금리와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완화를 통해 막대한 돈 풀기를 해왔다. 이날 FOMC는 코로나 응급 처방이었던 이 두 가지 조치를 거둬들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시사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을 넘어 과열 조짐까지 보이자 기준금리 인상도 더 빨리 이뤄지리라고 본 것이다.

FOMC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1년 앞당긴 2023년으로 전망했다. FOMC 위원이 기준금리를 올릴 시점에 대한 각자의 전망을 내놨는데 18명 중 13명이 2023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3월 회의에서는 대다수가 ’2024년 이후'를 예상했다. 2023년에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7명에 불과했는데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빠른 백신 접종과 그로 인한 경제 재가동이다. FOMC는 이날 통화정책결정문에서 “백신 접종의 진전으로 미국 내 코로나 확산이 감소하고 있다”라고 했다.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확산이 미국과 세계 곳곳에 커다란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었는데 기조를 전환했다. 코로나의 방점을 ‘위기’에서 ‘회복’으로 바꾼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서둘러 움직이는 연준

연초 이후 갈수록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파월 의장의 발언은 크게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적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발언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인플레이션이 닥친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는 말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시티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파월은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인식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했다. 연준은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를 웃돌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정해두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에 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관련 FOMC 통화정책 결정문의 변화도 감지했다. 지난 4월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며 여전히 ‘현재형’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목표치를 밑돌아 왔다”라고 과거형을 사용했다. 연준이 이미 인플레이션에 들어갔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그동안 언급을 회피하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발언까지 내놓았다. 지난 4월엔 아예 그 단어를 꺼내지 않았는데 이번 회견 때는 “테이퍼링 논의를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했다. 또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UBS는 보고서에서 “4월 회의 때 ‘한참 전부터’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발언과 비교하면 테이퍼링 논의 시점이 상당히 당겨졌음을 시사한다. 8월 잭슨홀 회의(세계 중앙은행장 회의)나 9월 FOMC에서 보다 강력한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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