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코인 상장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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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연금술사들은 오랫동안 납을 금으로 만들려고 했다. 닉슨은 훨씬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종이를 금으로 만들었다." 역사학자 H W 브랜즈가 한 말이다.
지금은 더한 일이 벌어진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30여종의 코인을 무더기로 원화거래중지·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코인빗도 36종의 상장 폐지를 사실상 선언했다.
'돈 같지 않은' 잡코인 거래를 폐지해 "우리는 투명한 거래소"라고 외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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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한 일이 벌어진다. ‘가상’을 금으로 만들었다. 가상화폐 코인. 중세 연금술사가 본다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그 가상의 코인을 두고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 폐지에 나섰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30여종의 코인을 무더기로 원화거래중지·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코인빗도 36종의 상장 폐지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들 코인은 잡코인·알트코인으로 불리는 가상화폐다. 왜 상장 폐지에 나선 걸까.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앞두고 거래소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다. ‘돈 같지 않은’ 잡코인 거래를 폐지해 “우리는 투명한 거래소”라고 외치고 싶은 걸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60여곳, 하루 거래액은 22조원, 4대 거래소 이용 고객은 581만명에 달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영끌 투자’에 나선 2030세대다. 그들에게는 한밤의 날벼락이다. 예고도 없이 나붙은 상장 폐지 공고에 자신의 코인이 휴지조각으로 변해 버렸으니.
20여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다. 물불 가리지 않는 대출자금 회수 사태가 벌어졌다. 부실 대출비율을 낮춰 은행 문을 닫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는 누구일까. 돈을 빌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줄줄이 도산 벼랑에 서야 했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다. 은행은?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이후에는 성과급 돈잔치까지 벌였다.
VASP 신고 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과거 은행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돈잔치를 벌일까. 절망의 늪에 빠진 영끌 투자자들.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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