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주52시간'제 이대로는 안 된다
제조업 등 시름.. 계도기간 필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체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뿌리산업, 조선업의 50인 미만 2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준비가 완료된 기업은 50%를 약간 넘고, 25% 이상이 법 시행 전까지 준비가 어렵거나 준비할 여건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주52시간 넘게 일한 근로자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50% 이상이 연중 상시적으로 초과근로를 하고 있고 최근 4주간 평균 주52시간 넘게 일한 근로자의 비율이 3분의 1이었다.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는 실질적으로 올해부터 시작된 것이니 당초 법이 규정했던 바와 같이 50인 미만과 50인 이상 중소기업의 시행시기 간격을 적어도 1년 반으로 해야 한다.
유보 내지 계도기간 1년이 충분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 입국을 하지 못해 중소기업은 극도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 외국인력은 당초 예정인력의 6%만 입국했다. 올해는 4월 기준으로 1%에 그쳤다.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다. 50인 미만 업체에 대한 유예 내지 계도기간이 1년 이상이 돼야 하는 이유이다.
올해 1월부터 50인 이상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실시한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90%의 기업이 가능하다고,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는 40%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응답했다. 고용노동부는 전수조사를 했고, 중기중앙회는 제조업체 위주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사례에서 보듯이 서비스업은 쪼개기 고용으로 주52시간제를 비껴갈 수 있으나 영세제조업은 그럴 수 없다. 업종별로 유예 내지 계도기간을 달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도입한 주52시간제를 이제라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유예기간 부여는 임시조치일 뿐이다. 3년 전 법에 제정된 이후 무수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조건으로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연구개발 업무)의 단위기간을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하고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한 것이 고작이다.
노동시간의 국가 간 비교를 유의해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는 차치하고라도 유연한 근로시간제가 장시간 노동을 촉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기준근로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유연하다. 일감이 집중된 시기에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다. 독일은 근로시간저축제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기준근로시간이 주35시간인 프랑스는 스타트업, 50인 미만 중기의 경우 주 60시간까지 가능하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근무제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벤처, 금융, 글로벌 기업은 획일적 주52시간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근로시간이 통상 주 100여 시간인 글로벌투자은행(IB)들은 주52시간제의 적용을 받는 우리나라 주니어를 채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벤처기업에게 주52시간을 강요할 수 없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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