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한일수교 56주년.. 멀어지는 양국관계
서로 "네 탓이오" 날선 공방만
신뢰 회복이 갈등 해결 급선무
미래 향한 '한걸음의 용기' 필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계기 한일회담이 불발되며 연일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회담이 개최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은 “실무선에서 회담 개최를 잠정 합의했지만 일본이 동해 영토수호 훈련을 문제 삼아 회담 취소 의사를 전해 왔다”고 설명하였고, 일본은 “실무선에서조차 정상회담을 하자는 잠정 합의는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신뢰 회복’이다. 이는 양국 정상 간의 신뢰이면서 동시에 국가 간의 신뢰를 의미한다. 한국도 일본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엇을 믿지 못한다는 것인가.
먼저 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말하는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1993년 고노담화의 계승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고, 고노담화 검증을 시도한 아베 내각조차도 고노 담화의 계승을 표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일본 정치권 내에서 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5 위안부 합의’ 이후 후속조치와 관련해 “1㎜도 움직일 수 없다”고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태도들로 일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입장에서도 한국을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2015 위안부 합의’의 형해화를 눈앞에서 경험한 일본에 한국의 정권교체는 또 다른 변수로 여겨진다. 즉, 한국의 차기 정권의 대일정책과 과거사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한국과 어떠한 합의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위험부담이 큰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입법화를 통한 과거사 문제의 해결도 이러한 맥락의 일환이다. 더욱이 최근 위안부문제, 강제징용문제 등 동일 사안에 대한 국내 사법부의 다른 판단은 외교적 해결의 공간을 넓혀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한국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한일관계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진실공방과 날 선 언쟁들은 양국 간 불신을 축적시키며 신뢰관계에 큰 손상을 입히고 있다. 우선 앉아 대화하며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한국과 보여주기식 대화보다 실질적인 결과를 원하는 일본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갈등의 교착상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2일은 한일수교 56주년이다. 깊어진 양국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갈등을 함께 극복하며 현재에 이른 지난 50여년의 역사를 되새기며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무의미한 진실공방을 멈추고, 상호 신뢰 회복 및 양국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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