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다"던 고교생 극단적 선택 사건.. 기능대회 지도교사 '강요죄' 기소

부친 "교육 시스템의 문제
교사 1명에 책임 씌워 씁쓸"

[경향신문]

지난해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이준서군(당시 18세) 사건과 관련해 당시 기능반을 지도했던 교사가 강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7일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지난 4월15일 기능반 교사 A씨를 강요죄 혐의로 기소했다. 첫 재판은 오는 23일 대구지법 경주지원에서 열린다.

경북 경주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던 이군은 지난해 4월8일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해 학교 기능반에 소속돼 합숙훈련을 하다가 학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타살 흔적과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두고 기능반을 그만두고 싶어 했던 이군을 학교 측이 기능경기대회 수상을 위해 그만두지 못하게 한 것이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변호사, 교사,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군은 2019년 전국기능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뒤 수차례 기능반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그만두지 못했다. 이군은 합숙훈련 중에도 지난해 3월2일과 29일 두 차례 기숙사를 이탈하는 등 기능반을 그만두려 했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군의 아버지는 기자와 통화에서 “담당 선생님 한 명을 재판에 넘기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며 “자기들 탓이 아니라고만 했던 학교와 교육 시스템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한 명에게만 책임이 지워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군 사망사건 이후 기능경기대회가 학생들을 과도한 메달 경쟁으로 내몬다는 비판이 일자 교육부는 지난해 6월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기능반을 ‘전공심화 동아리’로 운영하고, 오후 10시 이후 야간훈련과 휴일훈련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 기능반 학생도 반드시 정규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기능반은 가입·탈퇴를 자유롭게 보장해야 한다고 정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