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 피해자 '느닷없는 고소 취하'..경찰이 협박 의심했더라면

구교형·유희곤 기자 2021. 6. 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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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혐의 고소당한 피의자들
올 초 조사받고 피해자 불러내
대질조사 거부·허위진술 강요
"고소에 앙심 품고 범행" 자백

[경향신문]

‘부실 수사 방지’ 3중심사도
분기별로 이뤄지면서 미작동
‘막을 수 있던 범행’ 비판 커져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 살해한 남성들이 피해자 가족이 자신들을 상해죄로 고소하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협박해 경찰 조사에 허위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올 초 피의자들을 소환조사한 뒤 석 달 가까이 지난 다음에야 피해자에게 대질조사를 제안했고, 이를 거절하자 강압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부실수사가 살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경찰청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20)와 안모씨(20)가 지난 3월31일 지방에 있던 피해자 A씨(20)를 서울로 데려와 강압 상태에 뒀고 이후 수사기관에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17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의 원룸을 전전하며 동거했다. 대구에 집이 있는 A씨는 피의자들 중 한 명이 고교 동창이어서 이들의 집을 가끔 방문했다. 그러다 11월4일 서울 양재파출소 경찰관이 다른 사건으로 임의동행된 A씨의 몸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했고, 당시 대구 달성경찰서에 가출 신고가 접수돼 있던 A씨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A씨는 11월7일 달성서에 피의자들을 상해죄로 고소하고 그달 22일 가족과 함께 달성서에 출석해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이 사건은 11월26일 피의자들의 주거지 관할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송됐다. 영등포서는 올해 1월24일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고, 이틀 후 A씨 아버지는 상해를 입은 사진과 진단서를 담당 수사관에게 전송했다.

피의자들은 A씨의 고소에 앙심을 품고 3월31일 지방에 있던 A씨를 서울로 데려왔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담당 수사관이 4월17일 A씨에게 전화해 피의자들과의 대질조사를 제안했지만 그는 “서울에 없다”며 거부했다. 5월3일 다시 전화를 걸자 A씨는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말했고, 문자메시지로도 수사관에게 고소 취하 의사를 밝혔다. 5월27일 영등포서는 상해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검찰에 수사기록을 송부했고, 검찰은 재수사 요청 없이 6월7일 서류를 반환했다.

담당 수사관은 “폭행이든 상해든 범죄 일시와 장소가 특정돼야 공소 유지가 된다.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대질조사가 필요했는데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폭행과 달리 상해 사건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 서울청은 수사 지연, 부실 수사 등 이번 사건 처리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A씨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 당시 A씨의 체중은 40㎏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경찰이 올해부터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부실수사를 막기 위해 시행 중인 ‘3중 심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 수사심사관은 사건 종결 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심사해야 한다. 사건이 종결된 후에는 시·도 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이 결정 과정을 점검하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경찰수사심의위원회도 같은 역할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청 책임수사지도관은 일선 경찰서 사건을 분기마다 한번씩 점검한다”면서 “5월27일 불송치 결정이 내려져 서울청에서는 이번 사건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구교형·유희곤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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