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수제맥주 '곰들의 전쟁'

고영득 기자 2021. 6. 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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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위 CU '곰표 밀맥주'에 GS25 '노르디스크 맥주' 도전
둘 다 백곰 캐릭터 내세워 눈길.. 타 브랜드 이색 협업도 공통점

[경향신문]

큰 배를 불뚝 내민 곰 한 마리가 생맥주를 들이켜며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 흐뭇해한다. 비슷한 체형의 또 다른 곰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앞발 하나를 든 채 고개를 젖혀 먼 곳을 응시한다. 둘 모두 백곰이다. 공통점은 또 있다. 각각 국내 장수 밀가루 업체, 외국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국내 편의점들이 이색 협업으로 차별화된 맛의 수제맥주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업계 1·2위 자리를 다투는 CU와 GS25는 똑같이 북극곰을 내세워 수제맥주 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GS25는 최근 선보인 ‘노르디스크 맥주’가 출시 닷새 만에 40만캔이 판매됐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17일 밝혔다. 지난 10일 출시된 노르디스크 맥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캔 전면에는 노르디스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베이지색 바탕에 북극곰을 그려넣었다.

노르디스크 맥주 로고가 공교롭게 CU의 ‘곰표 밀맥주’와 같은 북극곰이라서 GS25가 경쟁사의 수제맥주 흥행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GS25 관계자는 “요즘 핫 트렌드인 캠핑에 초점을 맞춰 협업할 브랜드를 발굴했고, ‘스노우피크’와 함께 감성캠핑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노르디스크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노우피크의 로고인 눈 결정체보다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노르디스크의 북극곰이 생동감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스노우피크는 일본 브랜드여서 선택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거풍의 노르디스크 맥주가 과일향을 자랑하는 곰표 밀맥주의 질주를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앞서 CU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지난해 5월 내놓은 곰표 밀맥주는 ‘컬래버 열풍’의 주역이다. 출시할 때마다 완판 행진을 보였고 지난달엔 카스·테라·하이네켄 등을 꺾고 국산·수입 맥주를 통틀어 매출 1위에 올랐다.

CU와 GS25의 신경전도 뜨겁다. CU 관계자는 노르디스크 맥주에 대해 이렇게 촌평했다. “곰도 수입보다는 국산이 최고지요. 유사 곰에 주의하세요(웃음).” GS 측 기세도 만만찮다. “수입 곰이지만 예쁘지요. 캠핑 같은 야외 활동에 안성맞춤입니다.”

CU는 이날 BYC와 협업한 ‘백양BYC 비엔나라거’도 출시했는데 이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31개 수제맥주를 내놨다. 광화문·제주백록담·경복궁·성산일출봉·남산 등 랜드마크 시리즈와 비어리카노·금성맥주 등을 판매하는 GS25는 노르디스크를 앞세워 GS25발 수제맥주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두 편의점이 ‘곰들의 전쟁’을 개시한 가운데, 이마트24는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에 ‘한 방’을 기대하고 있다. 수제맥주 ‘SSG랜더스 라거’ 출시를 준비 중이고, 지난달엔 SSG랜더스 중심 타선인 ‘최정·추신수·로맥·최주환’의 이름을 딴 ‘최신맥주’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유동골뱅이맥주와 쥬시후레쉬맥주에 이어 다음주 스피아민트맥주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출고가가 낮아지면서 MZ세대를 겨냥한 수제맥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8년 600억원대였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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