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미국 공정위원장 된 '아마존 저격수'
[경향신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는 미국의 ‘하우스리스’들을 다룬 영화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자 집을 팔고 캠핑카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매드(유랑민)들이 생겨났다.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브루더가 이들을 3년간 밀착 취재해 쓴 르포가 원작인 <노매드랜드>는 살던 도시가 경제적으로 몰락하면서 유랑인이 된 노년 여성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일상을 그렸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매드들은 중·노년이 대부분이다. 평생 일했지만 금융위기로 집을 날린 뒤 퇴직연금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캠핑카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정처없이 떠돌다 추수감사절 즈음 유통기업 아마존에서 모집하는 ‘캠퍼포스’에 응모해 생활비를 번다. 아마존은 쇼핑 시즌 일할 임시 노동자들을 모집하는데 노매드들이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영화에도 창고에서 작업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제대로 그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노매드들의 일상과 여정을 성찰적으로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아마존 장면도 담담하게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아마존을 마치 노매드들을 먹여살리는 고마운 존재로 비치게 했다는 말이 나왔다. 시장 독점, 세금 회피, 노동 착취와 소비자 정보 유출 등으로 비판을 받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보여주는 해프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32)를 연방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칸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비판해왔다. 독점의 폐해를 단순한 가격 담합·인상에 제한하지 않고,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이 깔아놓은 판매망에 올라타지 못한 자영업·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으로까지 확대한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칸은 여야의 초당적 지지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그만큼 빅테크 기업의 독점 폐해에 칼을 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서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이 주도하는 미국판 경제민주화의 기세가 놀랍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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