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뜬금없는 '말잔치'
[경향신문]
꼭 짚고 가야겠다. 정부가 2050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이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의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원전이 소위 무탄소 에너지원이며 탄소를 줄이려면 원전만 한 것이 없다고들 나선다. 심지어는 엊그제 집권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소형모듈원전(SMR)과 핵융합을 미래 핵심에너지기술로 주창하기까지 했다. 달을 가리켰건만 손가락을 바라보는 꼴이다.
2050탄소중립 목표는 왜 세워졌나. 지구라는 우리 삶의 터전을 기후위기로부터 지키고 지구자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하게 번영하려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탄소중립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행과제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 왜 2050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을까.
1988년부터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 3000여명의 전문가와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를 발족하였다. 연구 끝에 2007년 4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연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탄소 때문이고, 현재 추세로 배출되면 21세기 안에 앞서 1만년 동안 겪었던 피해보다 심각한 기후재난이 닥칠 것임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폭발처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원자력 발전을 무탄소 전력이라고 환호해야 할까?
기후재앙은 대규모 자연재난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최대 피해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누가 지키겠나.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힘없는 사람들의 의지가 되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줘야 할 집권당의 대표가 지속 가능성에 심대한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폐기물도 갈데없고, 아직 안전성도 경제성도 불확실한 미완성의 에너지원을 미래 핵심기술로 키워보겠다니 ‘현타’가 온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다양한 솔루션 개발에 더 집중하겠다고 해도 성치 않을 판에….
이 정부는 세월호 영령의 희생 위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의석으로 압승한 것도 당시 흉흉했던 코로나19의 위협에 안정을 택한 유권자의 선택 때문이었다. 하나의 사건이 다음 사건에 밀려 잊혀지는 나라에 사는 것, 안전 불감증으로 기계에 끼어서 죽고, 떨어져 죽고, 스스로 죽어 나가는 이 나라에 사는 건, 심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힘들다. 달라진 게 없어서 더 힘들다. 최근 모그룹사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계층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핵심 정서가 ‘불안’이라고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열망으로 선출된 정치인의 철학 없는 ‘갑툭튀’ 말잔치는 공연한 소음만 일으킨다.
머지않아 대선레이스가 열린다. 소위 미래 예측 천재로 불리는 네이트 실버는 <신호와 소음> 개정판에서 수많은 소음 속에서 신호를 알아채려면 ‘좀 더 나은 확률적 사고’를 해야 하고, 그걸 하려면 ‘느리게 생각하기’와 ‘대세 편승을 경계하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가지 역량을 갖춘 후보들의 미래 경쟁을 기대한다. 정치가 바뀔 때가 되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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