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서 나가기 싫어".. '코로나 쉼터' 버티기 나선 뉴욕 노숙자들

박지영 2021. 6. 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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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호텔 생활을 맛본 미국 뉴욕의 '홈리스'들이 기존 수용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호텔을 임대해 노숙인 수용 공간으로 활용했던 뉴욕시는 "감염 위험도 떨어졌고 관광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이들을 내보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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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해 노숙인 호텔로 보냈던 뉴욕시 
백신 접종 · 관광 재개로 '수용 중단' 결정
미국 뉴욕시의 노숙자들이 지난 4월 길거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호텔 생활을 맛본 미국 뉴욕의 '홈리스'들이 기존 수용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호텔을 임대해 노숙인 수용 공간으로 활용했던 뉴욕시는 "감염 위험도 떨어졌고 관광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이들을 내보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호텔에서 계속 지내겠다'는 요구의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몸살을 앓았다가 최근 악몽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미국 사회가 겪는 후유증의 한 단면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뉴욕시가 "호텔에 있는 노숙인들을 7월 말까지 기존 수용시설로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하자, 노숙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노숙인들은 호텔에서 나갈 수 없다며 시장 관저 앞으로 찾아가 "홈리스에 주거 공간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직접 시위에도 나섰다. 호텔에서 생활 중인 앤드루 워드는 "노숙인 쉼터엔 흉기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도난 사건도 잦다"며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뉴욕 노숙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호텔에 머물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주거가 일정치 않은 이들은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컸고, 노숙인 수용시설인 쉼터도 20명 이상이 한 방에서 생활하는 구조라 감염에 취약하다는 게 당시 뉴욕시의 고민이었다. 이때 대안으로 나온 게 호텔이었다. 분산 수용이 가능한 데다, 봉쇄 조치로 뉴욕을 찾는 관광객도 없어 호텔과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시는 텅 빈 호텔을 임대해 노숙자들을 수용했다. 그 결과, 현재 뉴욕 호텔에서 지내는 노숙인은 8,000명가량에 달한다.

하지만 뉴욕의 백신 1차 접종률이 65%를 넘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백신 접종으로 감염 위험성이 낮아져 노숙자를 굳이 호텔에 수용할 필요성이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 전체의 방역 지침도 완화돼 뉴욕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노숙자 수용 대신 '영업 재개'를 원하는 호텔들이 늘어났고, 뉴욕시의 목표도 이제 '관광업계 활성화'로 바뀌었다. 뉴욕 지역 매체 abc7NY는 "홈리스의 호텔 수용을 위해 하룻밤에만 약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의 세금을 지출하는 점도 (시 당국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시는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는 호텔에 있는 노숙인을 모두 내보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숙자들은 호텔에 일시적으로 있었던 것"이라며 "원래 있던 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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