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칼럼] 금리인상은 당연하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주택 소유율을 높이기 위해 2001년 말부터 2004년 말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연 1%대로 낮추는 저금리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통화 공급과 상업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이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의 유동화가 반복되면서 주택담보 대출은 더욱 증가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이자율이 오르면서 담보주택 가격의 100%를 상회했던 비우량주택담보 대출이 부실화됐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2007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1년 후의 100만 원보다 현재의 100만 원을 더 선호한다. 전자(前者)는 후자에 대해 할인되는데, 그 할인율이 곧 이자율이다. 경제는 이 주관적 이자율과 통화 당국이 통화량의 증감을 통해 조정하는 시중 금리가 같거나 가깝게 유지될 때 탈 없이 작동한다. 그런데 저금리 정책은 시중 금리를 낮춰 둘 간의 차이를 크게 함으로써 수요-공급 구조를 뒤틀리게 만든다. 금융위기는 그런 잘못된 정책의 결과였다.
위기 이후 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돈 풀기를 중단하고 수요-공급 구조를 다시 맞추는 시장 조정에 맡겨야 하는데, 연준(聯準)은 양적 완화로 다시 돈을 풀었다. 불황은 망가진 시장을 고치라는 신호인데, 다시 돈을 풀어 불황의 골을 깊고 길게 만들었던 것이다. 기실 양적 완화는 경제 정상화가 아니었다. 금융위기로 미국의 국채시장이 붕괴되면 달러화가 기축 통화의 지위를 상실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각국은 또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다. 정부가 빚을 내기 위해 발행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인수함으로써 통화량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생계에 직접적 타격을 입을 계층과 도산 기업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취한 고육지책이었다.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는 기준금리가 2019년의 연 1.25%에서 2020년 0.50%로 낮아지면서 유동성이 높은 현금 및 요구불예금과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저축성예금 등을 합한 광의의 통화(M2)가 9.3% 늘었다. 금융위기 이래 최고의 증가율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M2는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미국도 2020년에 연방기금 금리를 0%대로 낮추면서 M2가 전년에 비해 19.1% 늘었다. 올해 2월의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2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001년 초부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속된 저금리 시기에도 3~8%의 증가율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한편에선 화폐의 사용 빈도를 나타내는 유통속도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지만 지금까지 물가(통계치)가 오르지 않은 이유는 미래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서 풀린 돈이 소비와 투자가 아니라 주택이나 주식 등의 자산 시장에 몰렸기 때문이다(미국의 경우에는 풀린 돈이 다시 연준에 예치되기도 했다). 최근의 주택 가격 폭등은 풀린 돈을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시장으로 불러들인 결과다. 그런데 주택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로 간주되므로 주택 가격은 전월세와는 달리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제 백신 덕분에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양적 완화를 축소할 뜻을 내비쳤다.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면 그동안 움츠렸던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므로, 공급이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풀린 돈을 회수하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비록 통화증발과 노동시장 규제 등으로 더디게 이뤄지고 있지만, 작동하는 시장 조정에 의해 경제가 정상 궤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금리 인상은 돈이 넘쳐 아수라장이 된 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이 된다. 그동안 늘어난 빚의 이자 부담 증가와 한계기업 퇴출 등은 이래저래 만신창이가 된 경제 전반을 정상화하는 데 따를 수밖에 없는 대가다. 금리 인상을 미룰수록 경제 정상화는 더뎌지고 그 대가 또한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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