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M&A 뛰어든 신세계 남매..정용진은 이베이, 정유경은 휴젤 인수 추진
정용진, 야구단·W컨셉 이어 이베이에 4조원대 베팅
작년 이명희에 지분 증여 받으며 2세 경영 본격 시동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조(兆)단위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이 매각가 4조 원대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정 사장은 국내 보톡스 1위업체인 휴젤을 2조 원대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신세계(004170)는 휴젤(145020)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공식 부인을 하지 않음으로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지난달 13일 블룸버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휴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44.4% 지분을 최대 20억달러(2조2000억 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세계는 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베인캐피털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필러 시장 1위 업체다. 성형외과 원장과 생물학 박사 등 의사 3인이 지난 2001년 공동 설립했다. 작년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0년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보톡스 개발에 성공한 후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 27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5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공동 설립자 중 2인이 보유 지분을 정리했고 나머지 1인은 2017년 지분을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신세계가 휴젤 인수를 추진한 건 정유경 사장이 10여년 전부터 공들이고 있는 화장품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 사장은 패션 사업 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2012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 원에 전격 인수했다. 매출은 2012년 19억 원에서 2019년 2000억 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2018년 자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연작을 선보인데 이어 작년 최고급 스위스 뷰티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했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주요 공략시장인 중국에서 휴젤이 올해부터 대표 제품인 보톡스 ‘레티보’ 판매를 본격화 한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휴젤은 작년 10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레티보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 측은 연내 3000개의 병의원 출시를 목표로 4월 말 기준 900여개의 영업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출 목표는 연간 250억 원으로 1분기에 약 80억 원을 달성했다.
정 사장이 주력 사업인 백화점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패션, 뷰티 기업 인수에 공들이는 동안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M&A 시장에서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외 활동이 거의 없는 정 사장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층과 활발히 교류하는 정 부회장 특유의 스타일이 M&A 전략에서도 드러난다는 평가다.
이마트가 지난 1월 SK그룹의 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1352억 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언뜻 보기에 유통업과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야구장을 복합 개발해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푸드 등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여성 패션, 액세서리 플랫폼 W컨셉을 265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네이버와 함께 참여해, 현재 미국 이베이 본사와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는 4조 원대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유통업계에선 작년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 정유경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를 증여하면서 승계 구도가 정리된 만큼 두 사람이 최고경영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이전보다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촉매제가 됐다. 유통업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부진을 탈피할 리더십과 경영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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