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철거, 54억에 계약해 놓고 12억에 재하청

김용희 2021. 6. 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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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철거공사 관계자 2명이 사고 8일 만에 구속됐다.

경찰은 조씨가 5층 건물의 최상층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해체계획서대로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3~4층부터 철거를 진행해 사고가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에 본사를 둔 철거업체인 한솔기업과 54억원에 학동4구역 일반건축물(610개) 철거 계약을 맺었지만, 한솔기업은 광주 현지업체인 백솔건설에 12억원을 주고 불법 재하청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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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철거현장 석면 방치 지적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당시 현장관리인(왼쪽)과 굴착기 기사가 1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무리하게 철거공사를 강행하다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 치사상)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철거공사 관계자 2명이 사고 8일 만에 구속됐다. 이들을 포함해 14명을 입건한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7일 광주지법 김종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할 염려가 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솔건설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조아무개(47)씨와 한솔기업 현장관리인 강아무개(29)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조씨가 5층 건물의 최상층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해체계획서대로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3~4층부터 철거를 진행해 사고가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일 조씨가 굴착기(무게 30t)에 달린 파쇄기가 5층에 닿지 않자 건물 안으로 진입해 3~4층 구조물을 헐기 시작했고, 굴착기와 토사의 무게를 못 견딘 건물 외벽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면서 도로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현장 감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차아무개 건축사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정밀감식 결과 발표에는 한두달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유발한 구조적 요인으로 손꼽히는 철거공사 때 다단계 하도급도 사실로 드러났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에 본사를 둔 철거업체인 한솔기업과 54억원에 학동4구역 일반건축물(610개) 철거 계약을 맺었지만, 한솔기업은 광주 현지업체인 백솔건설에 12억원을 주고 불법 재하청을 줬다. 경찰은 재하청 과정에서 조합이나 원청 쪽의 뇌물, 리베이트 의혹 등도 살피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가 17일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부실하게 관리되는 석면 폐기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사고 수사를 계기로 재개발사업 현장의 고질적인 비리들이 여전하다는 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재개발조합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제거사업을 다원이앤씨에 발주했지만, 실제 공사는 건축물 철거를 맡은 백솔이 대인개발이라는 또다른 업체의 면허를 빌려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한겨레> 16일치 13면) 이에 광주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는데, 석면 폐기물이 철거 현장 곳곳에서 다른 폐기물과 뒤섞여 방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별도로 지산1구역 재개발사업 예정 터에서 동구청 건축허가 담당 공무원이 다가구주택 세대 쪼개기를 통해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당 공무원 등 11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여기에 조합이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과 현직 총경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경찰이 확인 중이다.

시민단체 ‘참여자치21’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학동4구역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은 쪼개기 투자, 재개발조합의 조폭 개입, 안전을 팽개친 공사 등에 대한 수사를 광주 전체 재개발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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