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날뛰는 주식시장, 이젠 박용진·최재형 테마주까지 등장
특정 의원 사칭한 주식 리딩방까지 등장
거래소 "기업 가치와 무관한 움직임 주의해야"
대통령 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내놓을 수 있는 새 인물 대선주자와 관련이 있다며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언더독(underdog·승리 가능성이 낮은 약자)’ 대선주자 테마주다.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 최재형 감사원장과 관련이 있다는 테마주까지 등장해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정치인과 관련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내려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진에스엠(138070)은 전날과 같은 1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진에스엠은 지난 9일부터 지난 1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15일에는 하루 만에 28.17% 급등하며,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신진에스엠은 기계산업의 기초소재로 쓰이는 표준 플레이트를 생산하는 업체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본사가 박 의원 고향인 전북 장수군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박 의원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전혀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의원은 범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6.1%를 얻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31.6%),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5.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최근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 신진에스엠 주주들은 “이재명의 지지율도 어찌될 지 모른다” “박용진이 제2의 이준석급 돌풍을 몰고올 것” 등 박 의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일부 주주들은 박 의원의 인터뷰를 비롯한 관련 기사를 수시로 공유했다.
같은 기간 제지업체 한창제지(009460) 주가는 13.5% 상승했다. 한창제지는 회장이 박 의원과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분류됐다. 마찬가지로 사내이사가 박 의원 동문이라고 알려진 특수프린터 제조업체 아이디피(332370)는 27.0% 올랐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로 본인은 모르고 있는 기업들”이라며 “이번처럼 정치테마주라고 묶여서 주가가 급등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율이 오르고, 차기 대권 주자 등 여론이 만들어지면서 관련 주식들이 움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올해 초에는 박 의원을 사칭해 주식 추천을 해주는 카카오톡 계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대일 채팅을 통해 종목을 골라주고, 투자금을 지급하면 특정 수익률을 달성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주식 리딩방이다. 현재는 의원실 측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이밖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이루온(065440) 주가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루온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28.2% 수준이다. 이루온의 경우 최재형 감사원장 관련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최 원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 2018년 1월 2일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까지다. 최 원장은 지난달 29~20일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성인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8%의 지지율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치테마주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이슈 등을 기반해 주가가 오르내린다”며 “풍문이나 투기 수요에 따라 그 가치가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은 매매 시기를 포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정치인, 백신 등 테마주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불공정 거래로 의심되는 주식 투자 204건이 시장경보 조치를 받았다. 시장 경보는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특정 종목에 소수 계좌의 거래가 집중될 경우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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