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증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63명의 수기집 '출간'

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2021. 6. 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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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본 스물다섯 가족, 63명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내 몸이 증거다'가 17일 세상에 나왔다.

피해자 조순미씨는 천식, 폐렴, 독성간염, 하반신 마비 등을 앓고 있다.

이어 "피해자들이 몸도 회복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은 전무후무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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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피해해결 위한 관심 호소"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직접 쓴 기록 ‘내 몸이 증거다’ 출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저는 평범한 여중생입니다. 항상 생각하지만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하게 뛰어다녔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애초에 사지를 않았더라면 병원에 있을 시간이 없었고 제 인생은 더 행복했을까요? 아니, 덜 아팠을까요? 제 손목에는 아직도 링거 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자국들이 많고 힘든 시기를 겪어왔어요."(박교진 가족의 이야기 중)

"가해 기업들은 연달아 무죄를 선고받고 국회는 더 이상 진상규명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우리 피해자들은 무슨 힘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 나라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다 끝났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김준형 가족의 이야기 중)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본 스물다섯 가족, 63명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내 몸이 증거다'가 17일 세상에 나왔다. 독성 간염, 암, 자가면역질환 우울증까지 다양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있는 이들은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강한 어조로 감정을 토로한다.

이날 피해자들은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여했다. 몇몇은 현장 참석을 했고, 나머지는 건강상 등의 이유로 화상으로 참석했다.

피해자 조순미씨는 천식, 폐렴, 독성간염, 하반신 마비 등을 앓고 있다. 조씨는 "이 글을 쓰는 동안 건강이 악화돼 글을 잘 쓰지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무언가는 피해자들과 함께 나눠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산소통을 들고 회의와 시위에 참여하던 조씨는 어느 날부터 서 있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조씨는 "핸드카를 밀고 다니다가, 휠체어에 앉았다가 결국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며 "하지만 우리의 참사가 마무리되고 모든 국민에게 기억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직접 쓴 기록 ‘내 몸이 증거다’ 출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피해자 박경환씨는 두 딸과 함께 천식, 호흡곤란, 만성피로 등을 겪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아이들을 깨우는 소리가 재채기 소리"라며 "딸들이 결혼한 이후 아이를 낳을 때 문제가 생길까 염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몸도 회복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은 전무후무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공식 인정한 지 10주기를 맞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피해회복이 되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학자문을 맡은 인하대학교 임종한 보건대학원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기존에 있는 다른 어떤 걸로 설명이 안 되는 새로운 환경성 질환"이라며 "그걸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환자의 몸이 텍스트이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이 이뤄지고 난 뒤 환자들이 새로운 건강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같이 뒷받침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천사를 쓴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전 한국역학회장)는 "올 초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고, 판결문 안에 역학적 연구를 사실상 불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걸 보면서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상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아직 거리에서 울부짖고 계신 것을 보면서 국가의 역할을 묻게 된다"며 "가습기살균제는 사건자체도 어마어마하지만 한국사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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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chach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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