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노조도 "네이버 등 빅테크 똑같이 규제해라"

김상준 기자 2021. 6. 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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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경실련)·참여연대 등은 17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김상준 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정치권과 금융권 노조가 전면 반기를 들었다. 개정안의 핵심인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사)'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기존 개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가 종지사로서 사실상 금융업을 할 수 있게 되는데도 기존 금융사가 받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

노조 뿐 아니라 사측도 개정안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을 걱정한다. 전문가들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후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경실련)·참여연대 등은 17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개정안에 대해 "종지사를 허용하면서 동일기능에 대한 동일규제를 제외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려는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종지사 도입이다. 종지사는 은행처럼 고객에게 계좌를 개설해주고 자금이체업을 할 수 있다. 별도의 등록 없이 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을 할 수 있고 외국환 업무·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자본금 200억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면 금융위원회에 종지사 신청이 가능하며 금융위는 인가가 아닌 지정을 한다. 다만 금융사로 분류되지 않아 은행법·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정안에 나타난 종지사의 행위는 모두 금융행위이고, 네이버·카카오 계열사는 다 금융사"라며 "금융사를 금융사라 하지 않고, 금융행위를 금융행위라 하지 않음으로써 금융 규제를 빼주겠다는 것이 (윤 의원 법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종지사가 금융업이라면 지금 현재 은행 등이 받고 있는 모든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게 진리"라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는 지난해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수차례 이에 반대하는 공개 토론회·좌담회 등을 개최했다.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여러 규제를 피해가게 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측도 노조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플랫폼 공룡 기업인 네이버와 같은 출발선에서 레이스를 시작해도 모자란데 당국은 네이버에게 '저기 앞에서 뛰면 된다'고 한 것"이라며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통해 혁신 금융서비스 개발을 촉진하겠다던 당국이 논란이 일자 이젠 빅테크는 금융사가 아니라고 한다"며 "금융사가 아닌 회사의 금융 서비스는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금법 개정안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빅테크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는 여러 영역에 진출해있는데, 한 영역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시스템 차원의 문제로 쉽게 확대될 수 있다"며 "은행과 같은 금융 행위를 하더라도 은행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관 중심 규제와 '동일행위 동일규제'를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종지사에 대한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이용자예탁금이 더욱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법안에 대해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아마존 등 빅테크에 금융업 진출을 허용한 미국 의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 산하 금융사 등 계열사에 대한 기업 분할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빅테크가 계열사를 통해 타 산업 영역에 진출해 발생한 부작용들이 그 근거였다.

한편 배 원내대표는 전금법 개정안에 신설된 종지사 자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빅테크 등 전자금융업자를 종지사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예탁금수취업자로 규정해 은행 등 금융사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배 원내대표는 회견 직후 기자와 만나 "다음주 중 기존 법안에서 종지사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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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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