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파업 풀었지만 현장 복귀 '아직'..분류인력 투입도 '산 넘어 산'

윤다정 기자 2021. 6.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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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부터 받고 와라" 요구도..내주쯤 정상화 전망
민간택배사들이 파업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택배노조가 17일부터 업무복귀를 선언했지만 조합원 복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배송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분류인력 추가 투입과 택배요금 인상 등이 현실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수천명에 달하는 택배 분류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소위 '갑'인 화주들도 택배요금 인상을 반기지 않고 있어서다.

◇"파업 지역 다수 여전히 '집화중지'…정상적 복귀 안돼"

17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전날(16일) 택배4사와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분류작업 제외 등을 골자로 한 '과로 방지책'에 가합의한 뒤 민간 부문에서의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오는 18일 추가 논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업무 복귀 시점은 각사별 노조 본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조합원들의 복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파업 지역이 여전히 집화중지 상태다.

한 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잔류 물량을) 대리점과 본사에서 다 처리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는다는 지역도 있고 파업 전처럼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오전 9시에 출근해 오전 11시 출차하는 곳도 있다"며 "일부 지역 대리점이나 비노조원들은 상경하고 온 조합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못 들어오게 하기도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잔류 물량을 노조원들도 동참해 처리하면서 본사나 대리점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신규 물량만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복귀라 할 수 없다"며 "이번주까지는 (배송 정상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15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2021.6.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파업 종료를 고대하고 있던 소상공인들은 초조하게 파업 지역의 집화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간 배송이 원활하게 못 나가고 있는데 파업이 끝나도 바로 정상화가 되지 않아 고객들은 아우성이고, 저희는 물건을 도로 반품하고 있어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식품을 팔고 있어 (배송이)하루만 늦어져도 고객들이 민감하게 여기는데 이달은 파업으로 매출에 지장이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배송이 정상화되려면 파업 지역에서 조합원들이 복귀하고 집화중지 조치가 풀려야 한다. 복귀 당일 오후부터는 집화가 정상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다만 파업 초기에 남아있던 물품을 우선 배송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집화 재개 당일 주문분의 경우 하루에서 이틀 정도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개당 수수료가 택배기사에게 떨어지는 구조 때문에, 조합원이 파업 기간 쌓인 물량을 다른 기사에게 맡기지 않고 혼자 배송하려는 경우에도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비 170원 인상'·'분류인력 추석 투입'에도 어려움 예상

택배비 인상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류인력 투입과 기사들의 고용·산재보험 가입에 필요한 원가 상승분을 택배 1상자당 170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인상까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주들도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했지만 (연합회 회원사 물량은) 전체 물량의 20~30%도 되지 않을뿐더러, 협회 차원의 상징적 이야기를 회원사들이 수용할지 의문"이라며 "170원의 원가 상승 요인을 명시하기는 했지만 직접 인상할 수 있는 구속력은 (합의문에)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사회적합의거부 재벌택배사·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에서 집회에 한 조합원이 쌓여 있는 택배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추석까지 분류지원 인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분류인력은 들고 나는 주기가 짧아 대리점과 본사 차원에서 규모를 유지하기 쉽지 않고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류지원 인력은 오전 7시부터 낮 12시~오후 1시까지 택배 분류만을 전담한다. 해당 인력을 필요로 하는 터미널이나 대리점은 시 외곽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오전 일찍부터 업무가 시작된다는 특성 때문에 구직자의 선호도도 낮다.

이미 4000여명의 분류인력을 현장에 투입한 CJ대한통운의 경우 각 터미널과 대리점이 인력을 모으는 데 약 4~5개월의 시간이 걸린 바 있다. 오는 9월까지 최대 각 2000여명가량을 투입해야 하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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