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파업 앞둔 삼성D'..긴장감 맴도는 전자업계
SK·LG 등 생산·기술직 넘어 사무직 노조 별도 설립
복수 노조 설립 잇따르면서 사측 협상 부담도 증가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국내 전자업계 노사 관계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창사 이래 첫 파업 예정인 데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복수 노조가 설립됐다. 사측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1일 아산2캠퍼스에서 전상민 쟁의대책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임원 6명만 참여하는 제한적 형태의 선제 파업에 돌입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관계자는 “쟁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쟁의활동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피켓시위나 로비점거 등으로 시작해 사측의 태도에 따라 쟁의활동 참여 인원과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은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첫 쟁의행위이자 작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無)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첫 파업 사례다.
노조는 같은 날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사측의 교섭 태도를 규탄하는 연대 집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노사의 임금 협상 결렬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작년 호실적을 토대로 올해 가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6.8% 인상과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미 노사협의회를 통해 합의한 기본급 4.5% 인상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작년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로 출범했다. 현재 조합원은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2400여 명 규모로 전혀진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측은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의 실익이 크지 않은 만큼 전면 파업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MZ세대 등장 등 구성원 성향도 크게 달라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그룹 내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000660)와 LG전자(066570) 등 동종업계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집단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7일 광주광역시 근로복지공단 광산지사에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신청 대상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소속 조합원 7명이다.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골격계 질환이 발생했는데 업무가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다.
최근 몇 년 간 업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SK하이닉스와 LG전자 등에서 사무직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복수 노조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1만5000여명 규모의 한국노총 산하 전임직(생산직) 노조 설립 이후 2018년 1500여명 규모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가 추가로 결성됐다. 지난 14일에는 기술·사무직 노조에서 활동하는 전문직(전문대 졸업 후 정규직 입사) 직원 50여명이 별도 전문직 노조도 설립했다. LG전자에서도 지난 2월 사무직 노조가 별도로 설립됐다.
사측 입장에서는 사내 노조가 복수로 늘어나면서 기존보다 협상 부담이 커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라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회사 구성원들의 성향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도 노사 관계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MZ세대는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합당한 결과뿐만 아니라 공정한 과정도 중시한다. 연초부터 업계 전반에서 일었던 성과급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직원들의 처우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복수 노조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노노간 갈등 요소와 사측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삼성이 삼성디스플레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다른 기업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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