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내 숨은 용암동굴 '구린굴·평굴' 2만년 전 형성
[경향신문]
한라산에 대한 지질조사가 속도를 내면서 한라산 내 숨은 용암동굴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관음사 탐방로 인근에 있는 용암동굴인 ‘구린굴’과 ‘평굴’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출 때 북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용암류에 의해 약 2만년 전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두 용암동굴의 형성 과정은 ‘한라산 지질도 구축사업’(2020~2023)의 하나로, 한라산 북서부 지역에 대한 정밀지질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4구역으로 구분해 정밀지질조사를 하면서 연차적으로 지질도를 작성하고 있다. 한라산연구부는 특히 이번 한라산 북서부 일대에 대한 야외 지질조사와 함께 3D스캔(사진)을 실시해 동굴의 정확한 형태와 규모, 위치를 정량적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린굴과 평굴은 각각 한라산 해발 730m, 660m 부근에 있는 용암동굴로,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천연동굴이다. 형태나 규모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조사도 없었다.
이번 조사 결과 구린굴은 초입부의 폭과 높이가 약 2m 이내로 비교적 좁은 데 반해 진입하면 폭 4m, 높이 7m로 넓어지는 호리병과 같은 모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구린굴에는 많은 박쥐가 서식하고 있는데, 독특한 동굴의 형태가 박쥐 서식처로서 최적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라산연구부는 이번 자료를 한라산 동굴 박쥐 거동 연구의 기초자료로도 쓸 예정이다.
구린굴의 하류에 위치한 평굴은 여러 동굴이 위아래, 좌우로 얽힌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평굴의 구조가 미로형 용암동굴의 형성과정, 용암의 흐름과정을 역으로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를 통해 한라산 내 여러 지역의 분출 시기를 규명했다. 한라산 내 아흔아홉골은 약 10만년, 삼각봉은 약 8만년, 영실 약 6만년, 성판악 약 3만년, 한라산 백록담 서벽 약 2만3000년, 돌오름 약 2000년 전에 화산이 분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000년 전까지도 지속적인 화산 분출이 있었다는 것으로 의미하는 셈이다.
신창훈 한라산연구부장은 “천연보호구역이자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자연 자원들이 분포하고 있다”며 “기초학술조사에 이어 지질조사를 통해 한라산과 자연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기록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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