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정비사업 세부담 완화에.. 전문가들 "필요한 조치. 효과는 글쎄"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걸림돌 제거에 나섰다. 사업에 참여하는 시행자와 토지 소유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사업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합리적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일각에서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17일 제24차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대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제도 보완방안을 논의·확정했다.
토지주 등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공기업이 시행자가 돼 직접 부지를 확보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공공주도 패스트 트랙(Fast-Track)’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는 한편 ▲토지주와 시행자의 취득세·종합부동산세 감면 ▲1가구2주택 양도세 비과세 적용 범위 확대 ▲법인세·부가가치세 비과세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게 핵심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진행하는데 핵심 전제조건인 조합원 동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공공주도사업에 참여하는 소유주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조치로, 정비사업 후 신축 주택 건물에 대한 취득세 감면 인센티브가 추가된 셈”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는 먼저 정부가 앞서 발표한 공공기관이 주도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 등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2·4대책(3080+주택공급계획)의 빈틈을 막는 조치라는 의미가 있다.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경우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방식과 달리 토지주와 공기업 사이의 ‘소유권 이전’이 발생한다. 즉 명의를 넘기는 과정에서 세금 발생이 불가피한데, 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정비사업 완료 후 토지주가 공공분양 방식으로 신축 주택을 취득할 때 발생하는 취득세도 감면된다. 공공주도 패스트트랙(Fast-Track)에 참여한 토지주가 공공분양을 받는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의 1~3%만을 과세한다. 민간주도 방식으로 토지·건물 소유주인 조합원이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경우 취득세가 발생한다. 현행 세법상 분양을 통해 주택을 취득한 경우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취득가액의 1~12% (조정대상지역 기준 1주택 1~3%, 2주택 8%, 3주택 이상 12%)를 취득세로 내야한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전용면적 84㎡(33평형)의 건축공사비를 약 2억3000만원(평당 7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조합원에게 발생하는 1000만원 이내의 수준의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득세 감면이 기존보다 참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시장의 큰 호응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시행사가 돼 주도하는 가로·자율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개발 사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다른 주택을 취득한 후 3년 내 기존 주택(입주권)을 처분하면 1가구 2주택 비과세 특례 혜택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만 적용돼 있던 혜택이었다.
그동안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강화돼왔다. 2018년 9·13 대책에서 종전 주택 양도기한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고, 이후 2019년 12·16 대책 이후부터는 양도기한이 1년으로 줄었다. 고준석 교수는 “3년 내 처분 시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도 사업 참여를 고민하는 지역 및 조합원 입장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시장 참여자들이 공공주도 정비사업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당분간은 저울질을 하며 ‘눈치보기’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도 정비사업 참여가 일부 높아질 수는 있으나 세금 보다는 조합원 지위 및 현금청산 등이 공공주도 정비사업에서는 더 민감한 요소이기 때문에 시장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시장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정비사업에 관심이 쏠릴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관망하려는 지역들이 제법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타깃이 서울 내 뉴타운해제구역 및 사업성이 낮거나 소유주 의견 차로 민간 정비사업 동력이 약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이 주도해 주거환경을 개선, 개발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면서 “그러나 공공주도 사업만 속도를 낼 게 아니라 민간 정비사업 추진 속도도 함께 높여야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연초 2.4대책을 통해 공공이 정비사업을 주도하는 대신 조합원에게는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은 토지주 10%의 동의로 지구 지정을 요청하고, 예정지구로 지정된 뒤 1년 이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였다. 기간 내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 취소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회는 동의 요건을 조정했다. 국회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소유자 10% 동의 요건을 삭제했다. 또 본 지구 지정 후 3년이 경과한 구역 중 토지 등 소유자 2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3080+ 주택 공급대책 추진을 위한 7개 법률 개정안이 6월 15일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 보완방안도 발표되면서 3080+ 사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선정해 발표한 1차 선도사업후보지는 서울 은평구, 영등포구, 금천구, 도봉구 4개 자치구 총 21곳(2만5000가구), 2차 후보지는 서울 동대문구, 강북구 2개 자치구 총 13곳(1만3000가구), 3차 선도사업 후보지는 대구 남구 봉덕동 미군부대 캠프조지 인근(2605가구), 달서구 감삼동 대구 신청사 인근(4172가구), 부산 부산진구 옛 전포3구역(2525가구), 부산진구 당감4구역(81241가구) 등이다. 17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정부가 선정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38곳 중 19곳(2만6000가구)이 예정지구 동의요건(10%)을 확보했으며 4곳은 본지구 동의요건(3분의2)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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