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잘 안다" 착수비 청탁미끼로 수억 받아챙긴 변호사들

류영욱 2021. 6. 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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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중수부 과장 출신 전관
"검찰 지휘부와 친분" 과시
착수비 2억5천만원 빼돌려
담당검사와 친인척 변호사도
청탁미끼 2억7천만원 가로채
서울중앙지검 전경 [이충우 기자]
대출 사기 피의자에게 접근해 "검사와 친분이 있으니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고 속여 수억 원을 갈취한 변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았고, 실제 검사에게 연락했지만 사건 청탁은 무위로 돌아갔다.

17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김 모 변호사(65·사법연수원 10기)와 이 모 변호사(50·32기)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전날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2014년 대출 사기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장병권 전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에게 접근해 "담당 검사 및 지휘부와 친분이 있으니 선처받도록 해 주겠다"면서 수임료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 낸 혐의를 받는다. 김 변호사는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 등을 거치고 변호사 개업을 한 전관 출신이다.

같은 시기에 이 변호사도 장 전 부회장에게 접근해 "담당 검사와 친·인척 관계"라면서 수임료 명목으로 2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변호사는 실제 담당 검사와 친·인척 관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두 변호사 모두 정식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서·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재판·수사 중인 사건을 변호·대리할 수 없도록 한다. 청탁·알선 명목으로 금품, 향응 등을 받는 것도 금지한다.

검찰은 사건 담당 검사를 소환 조사했지만 실제 부정청탁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두 변호사가 검찰 측에 연락한 것은 맞지만 청탁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의자는 구속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 전 부회장은 2012년 11월부터 1년여간 셋톱박스 제조 업체인 홈캐스트 인수를 위해 계열사에 연대보증을 지시하고, 대출을 위한 서류와 회의록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수백억 원 손해를 끼치고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장 전 부회장이 홈캐스트의 주가 조작에 가담해 약 2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수사했다. 장 전 부회장은 홈캐스트 인수에 들어간 대출금을 갚기 위해 '황우석 테마주'로 불린 바이오 업체를 홈캐스트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았다.

앞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017년 12월 사건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현 경제범죄형사부)가 수사를 이어받아 계좌를 추적하고 참고인 등을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이후 특수3부는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등을 연이어 맡으며 사건 처리를 미뤄왔다. 그동안 재배당은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은 옵티머스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뒤인 지난달에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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