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차례 20대 청년 '극단적 선택' 막은 경찰관

김민규 2021. 6. 17. 1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하루에 세 차례나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기도한 20대 청년의 목숨을 경찰이 구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 대구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이 경찰관에게 고함을 치며 주먹을 휘두르다 갑자기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4층 열린 창문을 의식하고 있었던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42) 경위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남성을 잡고 바닥에 뒹굴었다.

의식이 돌아온 이 남성이 창문으로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가 제지당한 것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 중부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 
원룸과 병원 응급실 등서 막다가 부상
"수갑 채울 때보다 시민 도울 때 보람"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가 지난 8일 119종합상황실의 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해 인명을 구조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 김민규 기자

하루에 세 차례나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기도한 20대 청년의 목숨을 경찰이 구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 대구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이 경찰관에게 고함을 치며 주먹을 휘두르다 갑자기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4층 열린 창문을 의식하고 있었던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42) 경위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남성을 잡고 바닥에 뒹굴었다.

권 경위가 이날 119구급대와 공조 출동 요청을 받은 것은 오전 6시 40분이다. 소방당국은 신고 수화기 너머로 "크억" 하는 구토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남성은 이미 천장에 매달린 상태였다. 권 경위는 김상훈(26) 순경과 남성을 끌어내려 온몸을 주물렀다. 의식이 돌아온 이 남성이 창문으로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가 제지당한 것이었다.

권 경위는 만약을 대비해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함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이 남성을 입원시키면서 공조 업무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권 경위는 찜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을 떠나지 못한 권 경위 귀에 "쾅" 하는 응급실 문 소리와 함께 "잡아라"는 고함이 들렸다. 맨발로 뛰어나오는 그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이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투신 위험이 있었다. 권 경위는 또 한 번 남성과 뒤엉켜야 했다. 거세게 저항하던 남성은 부모가 오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권 경위가 본부에 '상황 종료' 무전을 보낸 뒤 이마를 만져보니 뜨거운 액체가 느껴졌다. 피가 흘렀다. 무릎도 욱신거렸다. 온몸이 쑤셨다. 권 경위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권 경위는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범인 검거와 사건 처리에 있어선 집요하다. 1년 가까이 쉬는 날마다 우체국에서 잠복근무하면서 지명수배자를 잡은 적도 있다. 그래서 별명도 '곰치'다. 날카로운 이빨로 한 번 물면 안 놓치는 물고기와 업무 스타일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몸을 사리지 않다 보니 그가 받은 표창만 20개가 넘는다. 2010년에는 지역경찰 외근 성적 1위로 국외 연수까지 다녀왔다. 2011년에는 대구의 외근 경찰관 2,500여 명 중에서 외근성적 1위, 강력범 검거 1위에도 올랐다.

권 경위는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보다 어려운 시민을 도울 때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가 "범인을 잡을 때보다 시민을 도와줄 때 경찰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대구= 김민규 기자

대구=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